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남세아 Apr 23. 2022

뽀글뽀글 빠마 가족

보글보글 = 펌, 파마, 파머, 팜, 빠마


안녕하세요. 혜남세아 첫 글자 '혜'의 주인공이며 얼마 전에 펌을 한 사람입니다. 자세한 제 소개는 브런치에서 혜남세아로 활동하는 분께서 여러 번 언급해서 링크로 대체합니다.



이번  보글보글 매거진 주제가 '보글보글'이라서 연상되는 이야기고민하다 보니까 저까지 등장시키네요. 보글보글과 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죠. 사전에서 보글보글을 찾아보면 '머리카락 따위가 짧게 고부라져 잇따라 뭉쳐있는 모양'이란 뜻도 있답니다.


어려서 많이 듣던 빠마나 파마는 농부(Farmer) 아니고 영구적인(Permanent)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례 되었다고 합니다. 대부분 지만 모르는 남편을 위해서 설명했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보글보글 펌과 모두 연관되어 있는데요. 이십 년째 스포츠형 머리 남편과 머리카락이 없으신 아빠는 관련 없습니다. 저와 두 딸 그리고 우리 시어머니까지 나름 대해서 한 말씀하고 싶어 하니까 지금부터 발언권을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혜남세아의 ''고 있는 유세영입니다. 원래 '세아'는 세영 아빠였는데, 사 년 전 말썽꾸러기 한 녀석이 태어나면서 세영세이아빠가 되었지요. 그래도 상관없어요. 아빠는 절 훨씬 좋아하거든요.


오늘 보글보글 파마머리를 다룬다길래 제가 한마디 해야겠어요. 전 보글보글 파마를 정말 싫어해요. 공주 같고 청순가련한 생머리를 좋아하죠. 엘사나 안나 그리고 요즘 아이돌 중 보글보글 파마머리 하는 경우를 봤나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헤어스타일입니다. 


파마머리는 옛날 영상에서나 볼 수 있죠. 아니면, 동네 할머니들이 하고 다니는데, 저와 전혀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파마안 해본 건 아닙니다. 얼마 전 볼륨 펌을 했거든요. 웨이브를 줘야 하니까 처음에 머리카락을 말아 올리는데, 중간에 깜짝 놀랐습니다.


단발머까지는 양보했는데, 완전 스타일 망칠 뻔했거든요. 새로 사귄 남자 친구가 놀랄 뻔했어요. 세 번째 남자 친구라 요즘 관리 좀 해야 하는데, 엄마한테 속아서 보글보글 파마머리 하는 줄 알고 놀랬던 생각을 하면 아직도 가슴 철렁합니다. 그래도 사진은 귀엽게  찍혔네요. 프사 바꿔야겠다.


볼륨 펌을 아빠는 잘 모르더라고요. 제가 가르칠게 아직 많은 사람입니다. 이해력도 좋지 않아요. 파마가 보글보글한 머리만 있는 게 아니라구욧. 전 헤어스타일에 맞는 옷 좀 보러 야겠어요. 근데, 파마와 펌이 다른 말인가? 잘 모르겠네. 암튼,  마녀 세이가 올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지네요. 도망가야겠다. 안녕히 계세요.






안녕하세요! 혜남세아에서 ''의 진짜 주인공 유세이입니다. 다섯 살이고요. 삼성 숲 유치원에 다닙니다. 아빠는 군인이고 엄마도 군인입니다. 그러면서 엄마는 간호사인데, 직업이 두 개인가 봅니다. 무슨 일을 하는지는 상관없어요. 자주 못 보는데, 가끔이라도 볼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전 지난주에 머리가 뽀글뽀글 해졌답니다. 어차피 어떤 머리를 해도 다 예뻐해 주기 때문에 상관없어요. 사람들이  헤어스타일에 신경 쓰는지 이해할 수 없네요. 다들 저처럼 얼굴이 예쁘지 않아서 그럴 겁니다. 언니도 얼마 전에 머리 했는데, 안 예쁘네요. 가끔 우리가 자매란 게 신기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에 유치원에서 소풍 가는데 새로 한 머리를 다들 부러워할 것 같네요. 요즘 선생님들까지 예쁘다고 난리라서 귀찮아 죽겠어요. 예뻐서 좋은 점이 하나 더 있어요. 망나니 짓을 하다가 살짝 웃어주면 주변 사람들이 바보로 변합니다. 아... 엄마 빼고요. 엄마가 계속 군인 했으면 좋겠네요. 유튜브를 못 보게 해서 제가 못살겠어요.






안녕하세요! 혜남세아에는 없지''시어머니이고 '' 할머니이며 ''''의 엄마입니다. 아니 어머니라고 해야겠네요. 무뚝뚝한 아들놈을 키워서 그런지 고등학교 때 이후 엄마란 소리를 못 들었네요. 그나마 아들보다 네 살 많아 쉰이 되어가는 딸한테 엄마란 소리를 듣고 있으니 다행이네요.


아들과 스무 살 이후로 이십오 년 정도 따로 살았으니 거의 남인 것 같답니다. 그래도 가까운 곳에서 살기 때문에 가끔 만나 밥 먹는 게 즐거움이죠. 요즘은 며느리나 아들놈 보다 착실한 세영이와 꼴통 세이를 보는 게 낙입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몇 달째 못 보고 있네요.


저도 칠순 할머니이지만, 파머는 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아들 나이보다 조금 더 젊었을 때 즈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는데요. 남편이 한량이라 제가 일을 해야 하고 애들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관리 소요가 적은 파머를 했죠. 이웃 아줌마들도 다 파머를 했답니다.


당시, 큰 딸이 공부를 좀 해서 학생회장이나 부회장을 하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어머니회 대표 같은 역할을 많이 했답니다. 아들요? 공부는 제법 했고 머리는 좋았는데, 이상한 짓을 많이 했어요. 참, 글씨는 못쓰고 국어도 못했답니다. 요즘 글 쓴다는데 온 가족이 웃습니다. 일기도 안 쓰던 아이라서요. 독후감도 누나가 써줬어요.


애니웨이,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 주변에는 부유한 동네와 빈곤한 마을이 함께 있었는데, 어머니회 구성원들은 대부분 부유한 동네에 살았습니다. 당시 파머를 하면 못 사는 동네를 알리는 거라서 고심했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답니다.


애들한테 조금 미안했는데, 대신 다른 엄마보다 두배는 더 움직이고 억척스럽게 했어요. 게다가 조금 화려한 색과 디자인 옷을 입고 마치 패션을 위해 파머 한 것처럼 잘 꾸며서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제가 그런 거 잘합니다. 그걸 아들놈이 고스란히 이어받았는지 낯이 두껍더라고요.


아무튼, 파머 아니 이 맞죠. 전 지금도 언제든 할 수 있는데, 촌스러워서 그런 거 안 해요. 파암은 농촌에서나 하는 겁니다. 그래서 팜인 건 아시려나. 전 대도시 인천 토박이라서요. 그리고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멀티미디어 시대에 파암을 하나요. 스트레이트나 매직이면 몰라도. 


절대 이 나이까지 일하는데 문제 될까 봐 못하는  아닙니다. 늦은 나이까지 일하는 건 그냥 취미입니다. 먹고살만해요. 그런데, 이번 달 생활비가 안 들어왔는데 아들한테 문자를 넣어야 하나. 늘 미안하네요. 사랑하는 아들한테. 아... 이런 말 하면 싫어하겠다. 나이 먹으니까 말이 많아지네요.


요즘 바쁠 텐데 그래도 시간 나면 한번 들러서 밥이나 먹었으면 좋겠네요. 세영이하고 세이 용돈도 줘야 하고...  애들 시끄러워서 안 봐도 되는데, 할아버지가 자꾸 아들하고 손녀 보고 싶다고 지지리 궁상처럼 굴어서 어쩔 수 없네요. 바쁠 텐데 괜히 신경 쓰이겠네요. 에휴... 늙으면 죽어야지.




다들 펌에 대해서 할 말이 많았네요. 사실, 제가 하는 일은 헤어스타일을 자유롭게 하기에 부담스럽답니다. 예전처럼 많은 제약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어요.


자유로운 표현은 어렵지만 두 딸 엄마이자 혜남세아 아내이고 사랑스러운 딸이며 많은 부하들과 함께 군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라면 감내할 수 있습니다. 펌은 제한적으로 하더라도 매일매일 뽀글뽀글 파마한 머리처럼 행복은 부풀어 오른답니다.


요즘 남편이 다시 글을 써서 행복합니다. 글을 쓰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글벗들과 주제를 정해서 고민하고 글을 쓰는 게 멋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 주제도 참 좋네요. 매주 다양한 이야기를 선물 받는 기분입니다. 보글보글 멤버들의 좋은 글 늘 감사합니다. 멀리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아! 이번 기회에 보글보글 멤버들 단체로 펌 한번 하시지요.



추신.


저도 거들어야 쓰겄네요. 혜진이 엄마이며 세영이와 세이를 키우는 사람입니다. 아! 혜남머시기 장모이기도 합니다. 두 손녀 똥 치우고 밥 먹이느라 힘들어 죽겠어요. 더군다나 하숙하는 듯 잠만 자고 사라지는 사위를 위해 빨래와 청소까지 한답니다. 제가 진짜 빠마머리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데, 뭔 죄를 지었다고  고생하는지... 


사위가 조용하긴 해도 우리 딸한테 엄청 잘합니다. 전 무심한 서방님 수발하고 칭찬도 못 듣는데, 결혼은 딸이 확실히 잘했네요. 저도 분위기가 곧 역전되기를 희망합니다. 아무튼, 평일은 넷을 키우고 주말에는 딸까지 다섯을 키우죠.


참, 애들 빠마는 제가 시켰답니다. 머리가 길면 씻기는데 불편해요. 안 자르겠다고 난리를 쳐서 주말에 딸 시켰지요. 에구구 그러고 보니 전 사진도 한 장 없네요. 빠마 한번 하고 사진 한방 찍어야 쓰겄네. 삼 단지 미용실이 싸다는데,  시간이 없네요. 곧 소풍 간 세이 돌아 올 시간이라서요. 그전에 서방님 사과부터 깎아드려야겠구먼.


그래도 사위, 딸, 손녀까지 제가 잘 키우고 있으니 인천 사돈 어르신들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네요. 죽을 듯 힘들어도 같이 지 아빠 욕해주는 딸과 가끔 맛있게 밥 먹어주고 용돈 주는 사위 그리고 쿵쾅거리다가 조용히 다가와 안아주는 세영이, 웃으면 너무 예쁜 악동 세이 때문에 행복합니다. 서방님은 뭐 좋은 점은 없지만 그냥 있어주기만 해도 되죠.


아무튼, 우리 여섯 식구 뽀글뽀글 빠마머리처럼 얽히고설켜서 평생을 행복하기만 바랍니다. 그나저나 우리 사위가 일은 안 하고 글을 쓰나 보네요. 요즘 힘든가 백숙 좀 끓여야겠네.


* 제가 꾸며낸 이야기이며, 오늘 너의 작업실에서 한수희 작가님과 만나는 기념으로 조금 긴 추신을 써봤습니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추신을 쓰기도 한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고 싶으나 차마 하지 못하는 속마음이 담긴 문장은 본문이 아니라 추신에 쓰인다. 영화 <윤희에게>의 그 아름다운 추신처럼.  
                     - 한수희, 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


** 다음 주 주제는 '어쩌다 000'입니다. 내일 로운 작가님께서 공지할 예정이지만 제가 할 일이 있어서 먼저 언급합니다. 로운 작가님께 어버이날 선물을 미리 드립니다. 자주 통하니까 벌써 알고 계실 듯하네요. 제 제시어는 어쩌다 '브런치'이고, 마감은 월요일 아침 여덟 시입니다. 건필!



4월 3주
의성어, 의태어로 글쓰기 '보글보글'


이전 글 : 지금까지 보글보글 펌을 못하신 작가님

4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다양한 글을 각각의 색으로 매일 한 편씩 발행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매주 일요일 주제가 나간 이후, 댓글로 [제안] 해 주시면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필 열 두 자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