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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Jul 11. 2021

제 아내가 그 어려운 것을 또 해냅니다

특별함에 더하여 희소하다

희소하다란 매우 드물고 적은 특성이라고 정의한다. 특별함은 보통과 구별되게 다르다는 뜻으로 대개 희소하면 특별하고 특별하면 희소하여 두 단어는 의미를 같이한다. 사람의 경우 특별하거나 희소하다는 표현보다 독특하거나 개성 있다고 말하지만, 특별하고 희소할 경우 대부분 가치는 보다 높게 평가된다.


인간은 누구나 희소하고 특별하다. 각기 다른 신체 기관과 다양한 정신세계가 같을 수 없기에 희소하고 특별한 인간은 존엄하다. 다양한 영역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우리는 폴리 매스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면 팔방미인이다. 보통 한 분야에 대한 전문가는 많이 있는데, 전혀 다른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만나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폴리 매스는 특별하면서 희소하다.


대한민국의 헌법상 여성이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장교나 부사관으로 임관해야 가능하다. 이들은 사관학교나 대학에서 각자 전공을 기초로 복무 간 해야 할 임무가 나뉘는데, 그것을 병과라고 부른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보병부터 희소한 간호까지 20여 개 다양한 병과로 나뉘고 각자 영역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아내는 간호장교이다.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고 특수사관으로 임관하여 군 복무 16년 차 간호장교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코로나와 싸우는 최전선에서 지휘관 임무를 수행한다. 여군 장교이며 간호 병과이고 각종 언론매체와 많은 사람의 관심이 높은 시기에 지휘관을 한다는 게 많이 힘들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마다 고생한다고 격려한다.



아내는 한창 꽃 피울 스물일곱 살 때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역만리 먼 나라로 파병하여 그 나라 국민의 건강을 돌봐주고 임무를 완수한 뒤 국위 선양하며 무사히 귀환했다. 십 년이 지났지만, 난 두 딸에게 늘 자랑삼아 이야기한다. 게다가 병과 특성상 주로 병원과 행정 분야 업무를 주로 하는데, 아내는 힘들다는 전투부대에 최초로 보직되어 이 년간 완벽하게 복무했고, 지금도 경계부대 간호장교 출신 최초 지휘관으로 임무 수행한다. 뒤따라 오는 후배들에게 간호장교가 가야 할 길을 인도한다. 조금은 특별한 경력을 보유했다.


독특한 경력을 보유한 아내는 베이킹과 파티시에에 관심이 많다. 담백한 소금 빵, 식빵, 피낭시에, 까눌레는 기본이고 각종 케이크, 쿠키, 타르트까지 마치 전문 파티시에처럼 만들어서 가족과 동료들에게 선물한다. 부대원 생일에는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서 선물했고, 벌써 스무 번이 넘게 제작했다. 최근에는 파티시에 영상을 편집하는 취미까지 생겼다.



더하여, 다양한 재능을 구비했는데, 그중 절대음감이 가장 신기하다. 처음 듣는 노래나 두 딸이 어린이집에서 배운 새로운 동요도 즉석에서 연주하여 흥을 높인다. 결혼 전 짧은 연애 시기에 아내 노래 솜씨에 반할 수밖에 없었으며, 레바논 파병 당시 현지인과 동명부대원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공부는 어려서부터 잘했으니 차치하고, 탁월한 운동신경으로 평소 동료와 함께 캐치볼을 하고 풋살과 농구, 배드민턴도 제법 하는데, 최근에는 테니스 삼매경이다. 합기도와 특공무술 유단자이며, 특공무술 시범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군인의 위상을 높인 경력도 있다. 희소한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다.    



일등으로 임관했고, 양성 및 보수 교육 성적도 우수해서 매번 상장을 받았으며, 재작년에는 간호장교로는 함께 수학하기도 힘들다는 합동대 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다. 업무도 제법 하는데, 최근에는 지자체 기관 시장 상장까지 받아 지역신문에도 실렸다.


특별함에 희소성이 더해진 아내는 폴리 매스에 가까운 사람이다. 모든 것을 다 해쳐나갈 것 같은 아내가 몇 해 전에는 많이 아파서 수술을 했고, 최근에는 코로나 전선에서 수많은 마찰 요소와 부딪치며 어려움을 겪는다. 누구도 아내를 탓하지 않고 늘 격려하지만, 늘어나는 확진자와 밀접접촉자 관리로부터 부대 별 원활한 임무수행을 위한 참모 조언과 대응책까지 강구하면서 조금씩 지치는 게 보인다.


더군다나 두 딸과 남편을 일주일에 한 번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 가장 큰 고통을 수반한다. 떨어져서 사는 것도 힘든데, 부부가 둘 다 지휘관이다 보니 임무와 부대관리의 다양한 변수로 인해서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길게는 한 달씩 서로에게 직접 위로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될 때도 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함께한 십 년과 각자 지금껏 해온 군 복무 이십여 년은 푸념으로 내뱉을 만큼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매번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대수롭지 않다'라는 메시지를 건네며, 서로 다른 공간에서 체력 유지를 위해 매일 오 킬로미터씩 달리고 인증한다. 아내는 운동을 마치면 다시 즐겁게 부대원 생일 케이크를 만들면서 예하 부대 코로나 통제대책을 조언하며 밤을 지새운다. 우리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두 딸의 자랑스러운 군인 엄마 아빠로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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