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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Feb 17. 2022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평범한 이야기 두 개를 자연스럽게 엮었을 뿐이다. 어디서나 있을 법한 일이며 한 스무 살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시간과 관점만 바꿔서 조용하게 속삭였을 뿐이다. 삼십일 동안 특별한 사건도 없었기 때문에 아픔과 상처로 남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계속 울면서 볼 수밖에 없었다.



연일 계속되는 코로나 상황으로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간신히 잠을 청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은 새벽에 문자 한 통이 단잠을 깨웠다. 새벽에 알릴만한 사안은 아니었지만, 문자를 보낸 사람과  생각어긋나면서 오히려 소중한 간이 만들어졌다. 덕분에 최근 작성한 몇 편을 다시 읽었 댓글에서 누군가의 인생 영화 한 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늘과 내일이 들어가는 제목인데,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활자를 그대로 손으로 옮겨 검색했고, 선잠을 자면서 영화를 시청했다. 배우 이민호와 비슷한 남성이 수지 같은 느낌의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잔잔한 사랑이야기 같았는데, 전철역에서 주인공으로 보이는 남성이 여성에게 첫눈에 반했다며 말을 걸자 여성이 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영화 중간까지 이어졌다.



영화가 시작한 지 사십 분이 지나는 시점에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 제목이 등장한다. 그때부터 영화가 다시 시작하는  알았다. 참, 이 글은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에 대한 리뷰이다. 이런 느낌으로 영화 제목도 다가왔다. 아마 이야기 정점에서 제목을 부각한 것 같다.



사실, 정점이라고 생각한 제목 출현 시점 이후 계속 울면서 봤기 때문에 기억은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절정에 다다랐을  아쉬운 마음이 커지면서 영화를 거꾸로 천천히 돌려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감독이 나를 비웃으면서 리와인드 버튼을 눌러준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다른 관점에서 되돌리기 연출을 선사했다. 욕구를 충족시켜줘서 감사했지만 농락당한 느낌이었다.



글을 잘 쓰는 참 좋은 작가가 인생 영화라고 추천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영화 말미에 민호와 수지가 각각 끝이 연결된 하나의 고리라면서 아픈 상황을 애써 웃으려 하지만, 가슴 따듯하게 볼만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 보는 내내 아내와 우리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슬픈 생각만 가득해졌다.



나를 구성하는 소중한 사람들 즉,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달린다. 남녀가 처음 만나 어색한 사이에서 편해지고 좋아했다가 사랑하면서 다시 편안해지고 어색하게 흐른다. 그렇게 부부는 대체로 가까워지다가 다시 멀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편안해지고 어색해지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차라리 정점인 사랑하는 구간을 어떻게 더 늘릴지 고민하는 게 현실적일 수 있다. 잘 극복하면 행복한 삶은 한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것처럼 조금씩 어색해지다가 서로 몰랐던 첫 만남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다.



부모님과 우리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어린 우리를 부모가 키우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부모를 모신다. 정점이 되는 시간을 보내는 우리는 부모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로 경제적인 부분이나 자기 시간과 자녀 핑계를 대며 힘들어하고 불편해한다. 그렇게 탓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란 질문조차  수도 없는 존재에게 되돌릴 수 없는 아픔까지 선물한다.



우리 아이가 나를 키울 때 즈음 나와 같은 심정으로 바라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막 떠나야 할 때 우리 아이들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고 물어온다면 어떤 거짓말로 배려해야 할지 벌써부터 목이 멘다.


어쩌면, 현실은 영화처럼 각자의 시간이 흐르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다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어긋나는 순간 어렵게 건넨 '다시 만날 수 있을까'란 질문에 서로 배려할 뿐이다.



제목도 헷갈렸던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시간과 어긋남 그리고 눈물과 배려로 조용히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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