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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Apr 16. 2022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4월 2주, 사물을 보고 글쓰기 '돌멩이'

우리가 사는 아름다운 세상에는 다양한 종교가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천주교와 개신, 불교와 이슬람교 있고, 힌두교, 도교, 로만 가톨릭, 지역별 무속신앙까지 수많은 신앙이 존재한다. 종교별로 교리와 숭배하는 대상도 다르다. 많은 가르침을 주신 성인을 따르기도 하고 우주나 동물, 심지어는 돌멩이까지 숭배하기도 한다.


 나는 공식적으로 천주교 신자이다. 모태신앙으로 어려서 유아세례를 고 성당에서 해야 한다는 각종 절차와 규칙을 따르며 자랐다. 유년시절 함께 살던 고모네와 우리 집은 서로 이름보다는 세례명을 부르기도 했으며, 설날 세뱃돈 봉투에 '찬미 예수'라고 쓰여있기도 했다. 그런 영향을 받았는지 고모 큰아들은 신부님이며, 작은할아버지 딸은 수녀님이기도 하다.


명절이 되면 다른 친척들이 신부님이라고 부르는 사촌 형 성당에 모여서 미사를 드린다. 어쩌다 보니 나 역시 아내와  성당에서 혼배성사도 했고, 어린 두 딸의 유아세례까지 받았다. 큰 딸 대모는 연일 방송에 나오는 유명한 분 사모님이다. 조상 중에 박해로 인한 순교자가 계시고 친척 중에는 유명한 성당에서 결혼한  자랑인 듯 자부하며 으스대기도 한다. 가족 모두 천주교 신자가 되어 있는 상태지만, 사실 우리 부부와 두 딸은 냉담한다. 당연히 주일에 종교행사를 한지도 오래되었다. 일 년 전 갔었는데, 꾸준하게 나갔던 것은 아니고 지인 세례식 때 한번 참석했다. 그나마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친척분들을 모신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 가끔 다녀온.


질풍노도 시기인 중학교 2학년 때 규칙도 잘 모르고 신앙심도 없던 상황에 새벽 미사 복사라는 막중한 임무는 불평과 불만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새벽 미사를 마친다음 다시는 복사를 하지 않겠다며 등을 돌렸다. 그 일로 인해 고모부가 복사단에서 잘린 놈이라고 했고 어린 아이는 상처를 받았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좋아하시지만, 그때부터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생겼다.


냉담하면서도 정해진 종교를 바꿀 수 없다는 이상한 다짐을 따르지만, 지금껏 함께한 무엇인지도 모르는 감정에 의해서 어렵고 힘들며 의지하고 싶을 때 아무도 없는 성당을 찾아간다. 주로 어렸을 때 다니던 성당이나 살고 있는 동네에서 가까운 곳으로 간다. 미사가 없는 시간을 확인한 다음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익숙한 분위기를 만난다. 높은 천장과 차분하고 어둑한 분위기 속에서 조금은 경건해진다. 성수를 찍어 성호를 긋고 뒤에서 두세 번째에 놓인 긴 의자 끝에 앉아서 크게 한번 숨을 쉰다. 성호를 그은 다음 두 손을 가볍게 깍지 낀다. 오른손 엄지가 위인지 아래인지 늘 헷갈리지만 위에 있는 게 편안한 느낌이니까 맞을 것이다.


지금은 바뀐 예전 기도문 아무거나 하나머릿속으로 읊조린다. 기도하는 중에 잊어버리면 그대로 멈춰서 명상과 비슷한 분위기로 바꾼다. 최근에 힘들었던 일과 바라는 것이 하나 둘 생각난다. 잠시 기도한다. '아내와 딸이 건강하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부모님이 많이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다음번 심사나 시험에서 아픔을 겪는 일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게 해 주세요'라며 조금은 간절해진다. 가끔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기적이고 가식적으로 기도한 다음 성호를 긋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필요에 의해서 종교를 찾는다.


아이러니하게 대학은 불교학교를 다녔다. 결혼식 주례는 신실한 기독교 신자께 부탁드렸는데, 결혼에 참석한 친인척천주교 신자인 상황에 개신교에서 진행하는 형태로 기도까지 해주셨다. 지금도 웅성거림과 왜 성당에서 안했냐는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군 관련 시설에서 했다는 점이다.


신실한 신앙심을 가진 분들은 싫어하겠지만 어느 종교든 필요할 때 찾으며 살았다. 서로 의지하는 친한 지인 대부분은 교회를 열심히 다닌다. 가끔 카톡으로 기도문도 보내준다. 나 역시 중고등학교 때 동네 교회를 열심히 다니기도 했다. 성당을 다녀오 듯 조용한 절에 가서 백팔배를 하거나 좌선법도 익힌다. 혼자서 CCM을 듣거나 가톨릭 성가에 심취해서 눈물을 글썽일 때도 있다. 철도 위 육교를 지나가다가 열차가 통과하거나 밤하늘에 별똥별을 발견해도 기도한다. 그런 지조 없고 신념도 부족한 사람 최근 꼭 하고 싶은 기도가 생겼다. 무엇을 보고 기도할지 고민하는데, 눈앞에 놓인 작은 돌멩이가 보였다.


돌멩이 존재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동글이가 키우는 반려 돌 멩이여도 괜찮고 루마니아에서 특명을 받고 우리에게 다가온 김영삼 1호(K031)도 전혀 상관없다. 바닷가에서 한 손에 움켜쥘 수 있는 작은 조약돌이거나 가슴 깊은 곳에 50캐럿짜리 금강석을 고이 간직한 돌멩이라도 상관없다. 혹시 다시 태어난 존재이거나 아프리카 무속신앙에서 간절히 숭배하는 돌멩이여도 괜찮다. 단지 소중한 돌멩이가 간절한 기도를 들어줄 수 있는 존재이길 바랄 뿐이다. 



기도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이틀 전 새벽에 글쓰기 플랫폼에서 알람이 울렸습니다.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누르면서 링크를 따라가 보니 제가 쓴 댓글에 답글이 달렸습니다.


 '염려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고운 마음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힘들게 쓴 한 글자 한 글자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얼마 전 글벗 효라빠 작가님을 통해서 소식을 접한 작가분이 한분 있습니다. 몸이 많이 아픈 작가분인데, 소중한 순간과 하루를 글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작성한 몇 개 글을 읽으면서 점점 힘들어지는 게 느껴졌고 함께 아파하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전에 쓴 글을 읽고 제 생각을 조금 남기거나 출간했던 책을 주문하고 이렇게 기도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작가님이 기적같이 돌아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더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힘을 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돌 속에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세분이 새겨있기 때문에 제 기도를 들어주실 거라 믿습니다. 제발 제 기도를 들어주세요. 오늘은 가족의 평안과 행복보다 다른 한 분의 안위를 위해서 진심으로 기도드리니 제발 제 기도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아멘



4월 둘째 주
사물을 보고 글쓰기 '돌멩이'

* 이전 글 : 정이 넘치시는 차영경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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