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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Jul 27. 2022

장인 장모님과  팔 년째 동거

"계란말이에 소금이 고르게 퍼지지 않아서 짠 곳도 있고 싱거운 부분도 있네. 쯧쯧"


평온한 일요일 아침, 식사를 마친 장인어른께서 장모님을 쏘아보며 내뱉는 주옥같은 단어의 향연이다.


인천 어머니 집에서 오십 년째 한량으로 기생하는 아버지께서 감탄하실만한 명대사이다. 만약 아버지 입에서 비슷한 자음만 나왔더라도 그날 저녁 여덟 시 뉴스에 '인천에서 칠십 대 남편을 구타하고 쫓아낸 아내'란 기사가 보도될 것이다. 그런 집안에서 자란 사람 에는 명대사가 거슬릴 수밖에 없다.


큰 아이가 태어난 해부터 지금까지 함께 살아온 장인 장모님을 보고 있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반복된다. 젊었을 때 대그룹 인사과장을 하면서 십여 년 동안 가장 역할을 하다가 퇴사한 다음 줄 의식주를 제공받으며 사신 것으로 다. 무려 삼십 년 동안 같은 모습으로 지내셨다. 내가 볼 때 오십 년 한량으로 사신 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여하튼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지 아니면 내가 데릴사위인지 그것도 아니면 육아 지원군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팔 년째 동거한다. 그렇다 보니 두 분이 사는 모습을 가까운 곳에서 목격하는데, 잘 짜인 한 편의 시트콤 같다.


어처구니없는 장인어른 대사를 받아들이는 장모님을 보고 있으면 부아가 치밀어 오르지만 두 분 사이에 끼어들 만큼 오지랖이 넓거나 장사 사이에 친분도 두텁지 않다. 더군다나 장모님에게 불균형되게 스며든 염화나트륨 잔해들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한으로 버무려지고 새로운 물질로 생성되어 뿜어져 나올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조차 의미 없다.


결국 고르게 퍼지지 못 한 염화나트륨은 빨래를 통해서 응결되어 뿜어졌다. 유일신에게 대응하지 못한 한이 깊게 스며든 장모님 잔소리가 건넛방까지 들려오더니 큰 녀석이 흐트러진 빨래 더미를 짊어지고 방으로 들어왔다. 전후 사정없이 열받은 할머니가 빨래를 팽개쳤다는 슬픈 소식과 함께 다가왔다.


사실 조사 결과, 아침 식탁에 진짜 소금을 뿌리신 분 막내 손녀께서 사고를 친 것이 확인되었다. 장모님은 소금 건을 꾹 참고 빨래를 개키 잠시 화장실에 갔는데, 그 틈을 노린 악동이 빨래를 발로 차면서 흐트러 놓았다. 누구라도 분노할 상황이 맞다.


하지만, 큰 딸 그림책 수업에 가야 하는 바쁜 시간에 빨래 더미까지 보니까 한숨이 나왔고, 불효할 수 없으니 구시렁거리며 정리했다. 빨리 출발해야 하는 데, 늦은 샤워 후 옆을 스쳐 지나가는 아내가 구시렁거리지 말라고 한다. 서러웠다. 서럽다고 생각하는데, 큰 딸이 안 놀아준다고 투정 부리며 짓누른다. 더 열받는 상황은 방문 밖에서 날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혀를 날름 거리는 악동이다. 진심으로 열받아서 개키던 빨래를 팽개쳤더니, 큰 딸이 아빠가 빨래를 던지고 화낸다며 장인 장모님께 이른다.


모든 게 흐트러졌다.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원인을 찾고 싶은 생각도 필요도 없다. 계란말이에 소금이 잘 흐트러졌어야 했는지, 맛있게 먹은 감사의 말을 고르게 했어야 하는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단지, 바닥에 흐트러진 빨래에서 너부러진 내가 겹쳐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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