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교차로에서 신호대기중에 오고 가는 차를 바라본다. 차의종류와색상도 보이지만 늘 시선이 머무르는 곳은 번호판이다. 평소아내는번호판에서 3과 5를발견하면 마치 네 잎 클로버를찾아낸 것처럼호들갑 떤다.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아내 영향으로나 역시생일이나 특정 숫자를 비교하며번호판을 살핀다.
아내가 진급했을 때 무리해서로망인 차를 선물했는데, 당시 차 번호가 4982였다. 딜러가 초보였는지 등록과 번호판까지 급하게 하느라고 의사도 제대로 물어보지 않고 진행했다. 번호판을 보자마자 사고가 빨리 나라는 건지 아니면 차를 빨리 사고팔라는 뜻인지 영 내키지않았다.하지만, 새 차에 매료된 아내는 자기생일 숫자가 없는게아쉬울 뿐이었다.
우연이겠지만 차를 구매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주차 중에 접촉사고가 났고운전석과 조수석을다시 도색했다. 차를 산 지 일 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새 차가 한대더 생기는 바람에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다시 팔아버렸다. 4982는현실이 되었다.
오늘 출근길 신호대기 중 맞은편에서있는 오래된 차량 번호판이 눈에 들어왔다. 의미 없는 네 자리 숫자였는데, 갑자기먹먹해졌다. 4037이다. 생일도 학번도 군번도 아닌 오래전에 사라진 우리 집 전화번호 뒷자리이다.
잊힌줄 알았는데, 머릿속 한 구석에서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끔 나타나는 4037을 마주할 때마다 부모님이나 고향을그리워하듯감성적으로 변한다. 4037을 보고 그리운 추억이 떠올랐다. 유년시절 살던 집과 함께 놀던 친구까지 생각났다. 추억 속에서 한참 유영하는 중에 갑자기 클락션 소리가 들렸다. 눈앞에는 초록 신호등이보였고, 다시 출근길로돌아왔다. 4037은 사이드 미러 속으로 옮겨가더니 점점 작아지면서 끝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