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남세아 Aug 10. 2022

4037

출근길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에 오고 가는 차를 바라본다. 차의 종류와 색상보이지만 늘 시선이 머무르는 곳은 번호판이다. 평소 아내는 번호판에서 3과 5를 발견하면 마치 네 잎 클로버를 찾아낸 것처럼 호들갑 떤다.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아내 영향으로 나 역시 생일이나 특정 숫자를 비교하며 번호판을 살핀.


아내가 진급했을 때 무리해서 로망인 차를 선물했는데, 당시 차 번호가 4982였다. 딜러가 초보였는지 등록과 번호판까지 급하게 하느라고 의사도 제대로 물어보지 않고 진행했다. 번호판을 보자마자 사고가 빨리 나라는 건지 아니면 차를 빨리 사고 팔라는 뜻인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새 차에 매료된 아내는 자기 생일 숫자가 없는  아쉬울 뿐이었다.


우연이겠지만 차를 구매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주차 중에 접촉사고가 났고 운전석과 조수석을 다시 도색했다. 차를 산 지 일 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새 차가 한  더 생기는 바람에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다시 팔아버렸다. 4982는 현실이 되었다.


오늘 출근길 신호대기 중 맞은편에 서있는 오래된 차량 번호판이 눈에 들어왔다. 의미 없는 네 자리 숫자였는데, 갑자기 먹먹해졌. 4037이다. 생일도 학번도 군번도 아닌 오래전에 사라진 우리 집 전화번호 뒷자리이다.


잊힌 줄 알았는데, 머릿속 한 구석에서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끔 나타나는 4037을 마주할 때마다 부모님이나 고향을 그리워하듯 성적으로 변한다. 4037을 보고 그리운 추억이 떠올랐다. 유년시절 살집과 함께 놀던 친구까지 생각났다. 추억 속에서 한참 유영하는 중에 갑자기 클락션 소리가 들렸다. 눈앞에는 초록 신호등이 보였고, 다시 출근길로 돌아왔다. 4037은 사이드 미러 속으로 옮겨가더니 점점 작아지면서 끝내 사라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