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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Jul 25. 2023

삐걱삐걱 대며 돌아가는 세상


학창 시절 삐걱삐걱이라는 불량스러운 노래를 들으면 삐걱삐걱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상을 조금 살아내며 이제 와서 돌아보니 삐걱삐걱 보다는 돌아가는 세상에 시선이 머무른다. 삐걱대지 않는 세상은 무료하고 오히려 불안하며 존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두 달 정도 무리하게 운동했더니 왼쪽 어깨가 아프다. 건강을 유지하려고 꾸준하게 근력 운동을 시작했는데, 자세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다. 사실, 몸은 미리 신호를 보냈다. 어색한 자세라며 몸이 뒤틀릴 때마다 삐거리는 소리와 느낌을 했고, 여러 차례 작은 통증까지 보냈다. 하지만 근육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무리하게 목표를 향해 계속 바벨을 들어 올렸다.


강한 통증은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집중해서 운동한 마지막 날 찾아왔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한쪽 팔이 저리며 잘 움직이지 않았다. 한 번 찾아온 통증은 쉬이 떠나지 않았다. 파스를 바르고 스트레칭도 계속했지만 나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나흘 정도 지나니까 통증은 조금 사라졌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다시 운동하기 두려워졌다. 쉬는 게 답인 줄 잘 알면서도 무리하지 않는 동작으로 더 해보겠다는 멍청한 생각을 했는데, 분명 상태는 나빠질 뻔했다.



막내가 태어난 해에 구입한 중형 SUV는 6년 넘게 우리 가족 발이 되었다. 매번 엔진오일 교체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정비소에서 혼도 많이 났지만 그나마 타이어나 브레이크 오일 등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장치는 적절한 시기에 교체했다. 통상 중국차가 아닌 이상 자동차 매뉴얼은 존재하고, 엔진오일을 교체하러 정비소에 들르면 다른 장치 교체 시기도 친절하게 알려주며 교체까지 권유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랫동안 잘 타고 다녔는데, 최근 들어 운전석을 열고 닫을 때 삐걱거리는 소음이 들렸다. 비가 많이 오니까 습기로 인해서 접촉면이 거칠어지다 보니 마찰음이 발생했을 것이다. 고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명 WD라는 방청 윤활유를 문틈에 흠뻑 뿌려주고 문을 여러 번 여닫으면 삐걱거림은 말끔하게 사라진다. 만약, 어깨 통증처럼 가만히 지켜보다가는 소리가 점점 커져서 차를 타고 내릴 때마다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뻔했다.



삼대가 한 집에 같이 산다는 건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족은 함께할수록 추억이 더욱 쌓인다고 누군가에게 배웠다. 하지만, 살아보니 행복한데, 갈등도 많아진다. 더구나 혈육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 혈육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내는 것은 서로에게 깊은 인내와 배려를 요구한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수십 년 이상 체득한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하거나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을 참고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골이 깊어져서 삐걱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삐걱거림을 해소하기 위해서 내버려 두겠다는 명분으로 서로 마주하지 않거나 멀어지면 가족이라는 타이틀을 반납할 수도 있다. 불이 붙은 줄도 모르고 잘 돌아가도록 윤활유를 뿌리다가 집안을 다 태울 수도 있다. 시간이 치유하는 몸이나 맞춤형 정비가 존재하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 사이는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사이는 몸과 기계와 다르게 미묘한 반응 하나로도 큰 변화를 가져다준다. 가벼운 말 한마디, 작은 배려, 멋쩍은 미소나 감사 표현만으로도 서로에게 꽃향기를 전해주기 때문이. 그게 진심이든 아니든 먼저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의지를 통해서 나온 표현이 진심으로 바뀌는 마법은 언제든지 일어난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이상한 마법 덕분에 바뀌는 게 사람 사이이다.



삐걱삐걱 대며 돌아가는 세상에서 삐걱거리는 소음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 실행에 옮겨야겠다. 상체 근력운동은 잠시 쉬고, 자동차에는 윤활유를 뿌리며, 당장 오늘 저녁부터 퇴근할 때는 조금 더 밝고 환한 표정으로 가족을 마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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