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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Aug 06. 2022

구름빵을 좋아하는 둘째

메시지도 교훈도 없는 평범한 육아일기


요즘 하늘 참 좋다. 다양한 구름이 두웅둥 떠다니는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고 가는 새털구름부터 몽실몽실 피어나는 뭉게구름 그리고 엄청난 수증기와 지짐이를 담은 먹구름까지 각양각색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갑자기 검은 먹구름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천둥 번개가 치거나 소나기 만날  있고 강풍이나 폭우로 인해서 피해를 주는 요란녀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름이 가득한 하늘은 가끔 구름 없는 공간이 생기고 공간 사이로 빛이 보일 때가 있는데 마치 하늘의 계시를 받는 것처럼 성스러운 분위기도 연출된다.



하늘과 빛이 적절구름도 보기 좋다. 보통 구름 좋은 날은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듬성듬성 놓였을 때이다. 빛이 좋아서 하늘이 파랗고, 하얀 구름이 적당하게 있어야 한다. 지난주 두 딸과 물놀이를 하다가 바라본 하늘이 꼭 그러했다.


몽실몽실 뭉게구름이 많았는데, 요즘 토실토실 해진 첫째가 겹쳐 보였다. 서쪽 하늘에서는 수증기를 가득 머금은 시커먼 먹구름이 하나 둘 나타났는데, 음흉한 미소를 띠고 슬금슬금 다가오는 둘째 같았다. 둘째는 지짐이와 수증기를 가득 장착한 먹구름과 정말 똑같다. 오줌싸개는 비밀이다.



다양한 사고를 머금고 다니는 먹구름 둘째는 최근 들어서 구름과 관련된 두 가지를 좋아하는데, 하나는 구름빵이고 다른 하나는 두웅둥 아이스크림이다.


우선, 구름빵은 그림책도 유명하지만, 예전부터 티브이로도 많이 접한 애니메이션이다. 무척 좋아하는데, 며칠 전 놀이동산에서 구름빵 놀이기구를 한번 탄 다음부터 연신 몽실 몽실 몽실 구름빵만 외친다. 물놀이를 하면서도 구름빵 놀이기구를 흉내 내라며 계속 높이 들었다가 천천히 내려달라고 다. 전혀 재미없을 듯 하지만 놀이동산에서 좋았던 기운을 수영장에서도 느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보여 운동하는  치고 열심히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높이 올라가는 순간 천둥소리처럼 괴성을 지른다. 90년대 방청객의 기계적인 환호성과 흡사하다.



지난번 놀이동산에 갔을 때 둘째는 엄마를 따라서 라바 고속 회전 그네와 파워레인저 청룡열차를 엉겁결에 타고난 후 잔뜩 겁을 먹었다. 겁쟁이 둘째는 회전목마도 무섭다며 토라졌는데, 우연히 구름빵 놀이기구를 만났다. 무척 단순한 원리로 움직이는 놀이기구였다. 구름빵 캐릭터 홍비와 홍시가 그려진 구름에 아이 혼자 타고 5m 정도 하늘로 올라가서 잠시 멈춘 다음 다시 내려온다. 


하늘에 잠시 멈추면 부모들은 구름과 자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연신 사진을 찍는다. 그게 다다. 가끔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좋아했다. 다행히 둘째는 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평소 강한 척 하지만 겁이 많았고 다른 놀이기구로 인해 저기압이었기 때문인데, 불안감 커지기 직전 천천히 내려왔다. 편안함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은 둘째 얼굴은 밝아졌다. 

 


놀이기구는 타고 싶은데, 겁이 많아서 주저했던 둘째에게 적합한 놀이기구가 나타난 것이다. 다른 곳으로 향하다가 다시 한번 타겠다고 졸라서 아내가 한번 더 태워줬다. 이후 집에 올 때까지 구름빵 놀이기구를 무사히 탄 무용담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었다. 자이로드롭을 탄 줄 알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에도 수영장에서 아빠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구름빵을 즐겼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천둥 같은 괴성과 거짓 소나기 울음을 선사할 게 뻔하기 때문에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울보는 비밀이다.


다음으로 둘째가 관심 있는 두웅둥 아이스크림은 일산 밤리단길에서 천연 과일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가게 이름이다. 인기가 좋아서 매일 빠르게 매진된다. 첫째가 그림책 수업을 듣는 일요일 점심때 주로 들르는데, 둘째가 선호하는 메뉴는 바질 우유와 다크 초콜릿 그리고 게랑드소금이다. 참고로 난 수박 우유와 복숭아 아니면 자몽처럼 참된 과일을 좋아하는데, 둘째는 과일보다는 허세로움이 가득한 것 같다. 결국, 초코를 제일 좋아한다.


여하튼, 가게 이름이 두웅둥인데,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나와 둘째는 은율을 잘못 이해해서 넷플릭스 영화 시리즈시작할 때 나오는 두둥으로 계속 읽다가 아내의 오랜 지적과  반복 숙달을 통해서 최근에서야 두웅둥으로 정확하게  따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며칠 전 두웅둥을 방문했을 때 가게 한쪽 벽면에 무성 애니메이션을 틀어놨는데, 반가운 스머프였다.


적당하게 파란 몸에 하얀 모자와 바지를 입은 스머프를 보면서 구름 좋은 날이 생각났고, 이어서 등장한 물에 빠진 시커먼 가가멜과 아지라엘을 보면서 먹구름이 겹쳐졌다. 때마침 다크 초콜릿을 처묵처묵하며 얼굴에 검은 칠한 사랑스러운 둘째는 영락없는 소나기 먹구름 같았다.


지금껏 먹구름 둘째가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으니 하늘에 구멍이 생겨서 그 사이로 빛이 내리쬐는 성스럽고 영광스러운 장면만 연출하면 된다.





* 비약도 심하고 논리도 없이 막연하게 떠오르는 이미지와 단상을 크게 고민하지 않고 휘갈겼습니다. 퇴고하면서 정제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단어와 문장을 가감하다 보면 본질보다 포장에 치우친다는 느낌이 들어서 초고를 최대한 손대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연히 비문을 줄이려고 수차례 읽어보고 다듬었지여전히 부족합니다. 그래도 발행 전까지 나름 최선을 다했지요. 오랜 글쓰기를 위해 조금 더 편안하게 브런치를 대하려 합니다. , 아이들 사진 공개는 두 딸이 더 좋아합니다. 관종 피를 이어받았나 봅니다.


다른 작가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주제가 주어지면 어떤 글을 쓸지 몰두합니다. 주제가 일찍 정해졌을 때는 이삼 주동안 고민하는데, 머릿속에서 경험과 지식이 주제와 어울려서 하나둘씩 엮이는 순간이 참 즐겁습니다. 글쓰기의 목적을 조금씩 찾아가는 것 같네요. 글은 발행 후에도 조금씩 다듬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읽었으면 흔적 남기고 가세요. 그래야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으니까요.


* 차영경작가께서 개인 사정으로 인해서 한 주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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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다양한 글을 각각의 색으로 매일 한 편씩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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