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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Aug 27. 2022

엄마 사용설명서

#어미 #새끼 #진리 #아빠 #아내

세상에는 많은 진리가 존재한다. 마흔 해 넘게 살면서 다가온 진리를 하나씩 익히다 보니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 지금껏 체득했거나 이해한 진리가 모여서 작은 가치관을 형성했고 말과 행동을 통해서 세상으로 돌려주고 있다. 시간이 흘러 삶을 마무리할 때 즈음 지금껏 체득한 진리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만약 급하게 간다시간이 충분하지 다면 사후에라도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

살면서 접한 다양한 진리 중에는 가족과 연관 많았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아내 말만 잘 들으면 굶어 죽진 않는다'는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이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와닿는 진리는 '모성애를 뛰어넘는 것은 없'이다. 엄마라는 단어는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낱말 1위와 2위를 놓고 늘 다툰다. 참고로 다른 하나는 엄마의 상대어인 아빠가 아닌 사랑이다. 모성애는 엄마와 사랑이라는 낱말이 모여서 만들어졌으니 진리의 정점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모성애는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 모든 생명체에 적용할 수 있지만, 모두가 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모두가 공통으로 알고 있는 진리라도 누군가는 추구하지 않거나 반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생물의 새끼(이하 새끼) 보다 자신만 생각하는 어미가 되지 못한 새끼도 가끔 있기 때문이다. 간혹 더한 것도 존재하는데, 그게 사람일 때 분노는 더욱 치밀어 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자식한테 사용당하는 게 보편적이다. 좋게 표현하면 사랑이나 도움을 받는다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대부분 새끼들은 부모를 사용한다. 모성애라는 진리 덕분에 엄마에게 보호받기 때문이다. 나 역시 분노를 끓어오르게 할 정도로 몹쓸 존재는 아니지만, 가끔 엄마를 사용한다. 효를 중시하는 우리 민족 특성상 부모를 이용 또는 사용한다는 말 자체가 거북하겠지만 사용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주장할 사람은 않을 것이다.

당장 오늘도 가족위하고 꿈을 펼치며 삶의 가치를 높인다는 핑계로 두 딸을 장모님께 맡겨놓고 염치없이 출근다. 쥐꼬리만 한 용돈과 가뭄에 콩 나듯 떠나여행 그리고 입에 발린 감사 표현 정도로 칠순이 내일모레인 어르신에게 육아 스트레스를 전가했다. 정확하게 돈과 여행과 말로 부모를 사용한 것이다. 솔직히 글 쓸 시간에 당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육아를 분담하는 게 진리이지만 행하지 않는 몹쓸 새끼 중 하나이다. 아마도 살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엄마 사용법 때문일 것이다. 참고로 지금 보유한 엄마 사용설명서 1조 1항에는 '엄마는 힘들어도 내 새끼만 행복하면 괜찮다'라고 쓰여있다.



불행하게도 우리 집에 기거하는 두 공주님은 아직 엄마 사용법을 익히지 못했다. 권력의 핵심이자 세상의 중심인 엄마에게 아무런 준비 없이 평범한 떼쓰기와 울기로 도전했다가 매번 무참하게 패배한다. 엄마 사용설명서는 세상의 엄마만큼이나 다양하고 난이도도 천차만별인데, 우리 공주님들 엄마에게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라면서 엄마 사용설명서를 조금씩 득할 것이다. 시기만 조금 차이 날 뿐이지 결국 사용법을 히면서 어른이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와 비슷한 새끼로 남을 뻔한데, 주님 엄마에게도 모성애라는 진리가 깊게 새겨있으며, '자녀에게 쓰임을 당하는 게 행복이다'를 진리로 익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주님들은 아내 사용설명서를 열심히 글로 체득한 아빠에 대한 사용법을 다섯 살 때 이미 섭렵했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서늘한 바람이 불면 기력이 떨어지는 엄마를 위해서 무엇을 해주는 것보다 이제는 그만 사용하자유롭게 놓아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조금씩 엄마 사용법을 익히는 공주들로부터 아내를 구출하기 위해서 전지전능하신 아내 사용설명서를 충실히 익혀야겠다. 오늘은 1 7항 '아내를 찬양하라'를 익히기 위해서 발행  중간중간찬양을 녹였다. 참고로 아내 사용설명서 1조 1항은 다음과 같다.

'1조 1항. 아내가 곧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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