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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Sep 17. 2022

엄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엄마에 대해서 활자로 정의할 실력사고영역에서 다루기 버거울 정도로 정신없는 상태이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를 모르는 건 아니다. 사랑하는 어머니도 엄마이고 더 사랑하는 아내도 엄마이며, 조금 사랑하는 두 딸도 언젠가는 엄마가 될지 모른다. 더구 주변에 엄마도 많다. 하지만, 엄마를 직접 해 본 적 없고, 엄마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엄마가 해야 할 책무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단지, 엄마 주변에서 자식과 아빠 정도만 경험한 사람으로서 엄마를 다루 부담되고 무척 조심스러울 뿐이다. 그리하여 평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엄마를 찾아서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엄마는 외계인


서른한 가지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면 나는 무지개 셔벗, 아내는 메롱메롱, 막내는 엘리스가 좋아하는 솜사탕, 큰 아이는 엄마는 외계인을 주로 시킨다. 아이스크림 이름이 엄마는 외계인이다. 아이들이 한 번쯤 생각했을 법한 세상에 몇 안 되는 진리 중 하나인 엄마는 외계인이다. 정말로 엄마가 외계인처럼 느껴져서 이름을 지었는찾아보니까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2004년에 출시했고 1991년에 개봉한 영화 새엄마는 외계인에서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아이스크림은 밀크 초콜릿과 다크 초콜릿 그리고 화이트 초콜릿 무스까지 섞은 다음 초코볼을 첨가한 초콜릿 아이스크림 범벅이다. 단맛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흠뻑 빠질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밀크 초콜릿처럼 부드럽고 다크 초콜릿처럼 쌉쌀 달달하며 화이트 초콜릿 무스처럼 하얗고 입에서 살살 녹는 버라이어티 한 초코 천국의 맛을 아이들은 진짜 엄마처럼 느낄 것이다.


다만, 엄마가 항상 달달하지 않은 현실까지 고려하여 짭조름한 프레첼에 초코를 씌워서 여기저기 박아놨다. 단맛만 기대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는 엄마와 꼭 같다. 결국, 살짝 짠맛은 세 가지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더욱 달달하게 만들어 준다. 엄마처럼.



엄마 손 파이


우리 두 딸의 엄마 손은 두 개일리 없다. 아내는 한 손으로 업무하고 다른 한 손으로 첫째 공부를 가르치며 또 다른 손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둘째 비행까지 바로 잡는다. 가끔 장인과 장모님이 부탁한 심부름까지 한다. 손이 서너 개 정도 달린 게 확실하다. 아내만 그러는 게 아니다. 세상에 많은 엄마가 동시에 수십 가지 일을 한다. 동시에 하는 것도 모자라 시간까지 마음대로 조절하는 엄마도 있다. 남들이 모르는 타임머신을 가진 게 확실하다.


변화무쌍 엄마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사무실 소파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 달달한 버터 와플과 찰떡 초코파이 그리고 ABC 초콜릿이 보인다. 담백한 참크래커와 얇은 과자 막이 겹겹이 쌓인 엄마 손 파이도 눈에 들어왔다. 엄마 손 파이다. 엄마 손 파이는 1993년 롯데제과에서 엄마의 손이 느껴진다는 의미로 만들었다. 384겹으로 되어있는데, 보통 결 대로 네 번 정도 잘라서 먹었다. 가끔 두 번에 나눠서 먹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한 입에 다 넣는 사치나 스무 조각 이상 나눠먹는 생이 퍼포먼스를 해본 적은 없다. 엄마처럼.


그러고 보니 엄마  파이라고 한글로 쓰여 있다. 파이는 3.14...인데, 엄마가 여러 개 일을 동시에 해내는 이유가 밝혀졌다. 더군다나 엄마는 파이만 만드는 게 아니다. 엄마 손으로 만들어지는 기상천외한 작품을 보면 늘 소름 돋는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일용할 양식까지 만든다.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우리 둘째까지 사람으로 만든다. 단언컨대 엄마는 손이 세 개 이상인 외계인이다.



엄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엄마가 프라다를 입는 게 어색하게 들리면 반성해야 한다. 사춘기 때 엄마가 악마처럼 보이기도 한다는데, 악마가 입는 프라다를 엄마는 잘 입지 않는다. 사랑하는 엄마가 에르메스도 아닌 프라다 좀 입었다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현실이 슬프다. 궁금해서 프라다 검정 원피스를 찾아봤다. 이백칠십만 원이다. 대부분 엄마는 입지 않을 금액이다. 당연히 우리 어머니도 프라다를 입을 리 없다. 검정 드레스를 입을 일도 없고 맞는 사이즈가 없을 수도 있다. 삼십 년 전에 사춘기를 보낸 사람으로서 옷값보다 용돈을 드리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으로 확신한다.


내 어머니는 프라다 블랙 원피스 수준의 현찰을 원하실 테지만 우리 두 딸의 엄마는 프라다를 입고 싶어 할지 모른다. 통장에 비상금으로 이백만 원 정도 모았는데, 조금 더 보태서 프라다 블랙 원피스를 선물하는 상상을 했다. 우리 두 딸의 엄마가 화내는 모습이 튀어나왔다. 조금 더 고민해야겠다. 그렇다면 누가 프라다를 입어야 하는지 궁금해서 앤 해서웨이를 찾아봤다. 그녀는 두 아들의 엄마였다. 두 아들의 엄마는 영화 속에서 프라다를 입었다. 구찌와 샤넬도. 평소에도 많이 입을 텐데, 앤 해서웨이보다 사랑스러운 우리 두 딸의 엄마한테 프라다를 입혀주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래서 이 글 초고를 보여주니까 웃기만 했다. 모르겠다. 아마도 우리 두 딸의 엄마는 내 아내와 싸우나 보다.



엄마를 정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주변에서 엄마를 찾아 소소한 것을 살펴보니까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다. 가까운 글벗 대부분이 엄마인데, 엄마들도 엄마를 정의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격미달자가 엄마를 고민해서 정리한다면 '엄마는 손이 세 개 이상 달린 외계인이며 다양한 자아를 품고 세상에 많은 미물창조하며 다듬기까지 하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어머니나 아내는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하다. 존경은 말과 글로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당장 프라다 매장으로 가야겠다. 그전에 통장부터 확인해야겠다. 아니 그전에 아내 동향부터 살펴야겠다.




* 이전 글 : 남매의 엄마 작가님 이야기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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