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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Oct 19. 2022

고작 아홉 살입니다

내년이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아이가 새벽부터 훌쩍입니다. 키 140cm에 40kg을 훌쩍 넘긴 아이돌급 중량의 아이가 엉엉 웁니다. 옆에서 엉엉 우니까 침대가 지진 난 것처럼 흔들립니다. 아이를 웃기려고 지진이라며 소리치니까 갑자기 웃습니다. 한참 웃더니 똥이 마렵답니다. 똥 싸고 오면서 설사랍니다. 설사가 즐겁답니다. 즐거워하는 우리 예쁜 아이는 속이 상했나 봅니다. 속 상한 아이가 괴롭게 우니까 아빠도 아픕니다. 그래도 우는 아이를 달래지 않습니다. 귀찮거나 피곤해서가 아니고 네 살이나 어린 동생한테 부끄럽지 않게 하려는 이유도 아닙니다.



단지, 새벽에 멀리 떠나는 엄마를 붙잡고 싶은 아이 마음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빠가 달래고 안아줘도 엄마를 채울 수 없는 현실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서 엄마가 돌아오지만 다시 떠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이 울음이 반복되면 엄마는 떠날 때마다 찢어지는 가슴을 꿰매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이유가 떠오르지만, 생각할수록 아빠도 아프기 때문에 가슴만 조용히 쓸어내립니다.


혹시나 아빠까지 떠나면 더 힘들까 봐 걱정하며 출근하는데, 돌아보니 아이는 코를 곱니다.


고작 아홉 살입니다.




* 인스타에 쓴 글을 다듬어서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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