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밤리단길 소재 너의 작업실에서 함께하는 글 모임 12월 자기소개 글입니다. 이번 달 주제는 '칭찬 샤워'입니다. 어느덧 스무 번이나 소개했네요.
아침에 눈을 떴다. 평소 같으면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다시 잠을 청했을 텐데,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차분하게 일어나서 욕실로 향했다. 나를 한 번 칭찬한다.
제법 할 일이 많은 날이었다. 씻고 나와서 출근 준비를 하는데, 흐트러진 이불을 정리하고 정성스럽게 정돈된 빨래를 하나씩 옷걸이에 걸고 서랍에도 넣었다. 나를 두 번 칭찬한다.
출근 전 큰딸을 한번 안아주고 함께 사는 장인 장모님께 인사한 다음 늦지 않게 출근길을 나섰다. 오늘은 추울까 봐 옷을 세 겹 껴입었다. 나를 세 번 칭찬한다.
차에 시동을 걸고 잠시 기다리며 차분하게 예열시키고 출발했다. 지하 주차장부터 일하는 곳까지 대부분 30킬로미터 규정속도 구간이기 때문에 서행하며 신호를 지켜서 사무실 주차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나를 네 번 칭찬한다.
출근 직전 심호흡을 한 번 더 하고 밤새 고생했을 아내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며 수고스럽지만 조금만 더 부탁한다고 염치없는 말을 건넸다. 나를 다섯 번 칭찬한다.
밝은 표정으로 사무실에 들어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결재해야 할 문서를 하나씩 처리했다. 이어서 월요일 아침 화상회의를 주관하며들었고 말해줘야 할 사항을 침착하게 전달했으며 모두의 한주에 대해 안녕을 기원했다. 나를 여섯 번 칭찬한다.
갑작스럽게 잡힌 회의에 참석해서 주최한 사람이 전하는 메시지를 잘 듣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이어서 얼마 전 진급한 사람들을 잠시 만나 축하하고 지난 몇 달 동안 전해주지 못한 물건도 건넸다. 나를 일곱 번 칭찬한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서 오전에 정리할 게 많은데, 차분하게 하나씩 마무리했다. 새로 들어온 친구들과 면담하고 기록을 유지했으며, 오랜 시간 머물고 싶어 하는 인원들 추천서를 썼다. 사무실을 정리하고 나오면서 부재중에 대신 고생하는 친구들에게 감사와 당부를 했다. 나를 여덟 번 칭찬한다.
인천으로 향하기 전 둘째가 입원한 병원에 들러서 아내에게 별 쿠폰으로 구입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전해주고 둘째를 안아줬다. 1층까지 내려왔길래 편의점에서 오뚝이 두 개를 사서 선물로 주고 다시 같이 올라간 다음 인사하고 인천으로 출발했다. 나를 아홉 번 칭찬한다.
부모님 댁에 도착하니 공기가 퀴퀴해서 환기부터 시키고 혼자 계신 아버지를 식탁의자에 앉힌 다음 최근 몸 상태를 듣고 오늘 병원 가는 계획을 설명했다. 짜증 내지 않고 조금 더 들어주면서 병원 가기 전까지 시간을 아버지와 둘이서 함께했다. 나를 열 번 칭찬한다.
병원에 도착해서 아버지를 한쪽에 앉히고 예약을 확인한 다음진료를 접수했다. 물 한잔 달라고 해서 서둘러 종이컵에 물을 따라드리고 진료 차례가 되었을 때함께 들어갔다. 나이 지긋한 의사께서 예전에 검사받으러 오라고 했는데, 왜 안 왔냐고 다그치며 검사 일정을 새로 잡는데, 매정했지만 감사하다고 말하며 진료실을 나왔다. 나를 열한 번 칭찬한다.
각종 검사와 추후 검사 및 진료 일정까지 확인하고 수납한 다음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을 나왔다. 다행히 다음날 CT 촬영도 가능해서 휴가를 하루 더 연장하기로 하고 어머니, 매형, 아내에게 진행 경과를 알렸다. 나를 열두 번 칭찬한다.
어머니 일 끝날 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아 아버지에게 드라이브를 권했고 어릴 적 살았던 동네를 차를 타면서 둘러봤다. 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을 회상했다. 아버지가 좋아했던 캐쌔라쌔라도 틀었다. 어쩌면 다시는 볼 수없는 장소를 천천히 살피며 시간을 보냈다. 나를 열세 번 칭찬한다.
아버지께서 좋아하는 갈비탕 집에서 어머니를 만났고 돼지갈비와 갈비탕을 시켜먹었다. 기력이 많이 떨어진 아버지는 힘들어하다가 몇 숟가락 드시더니 양념게장을 잘 드셨는데, 잠시 기운이 드는 게 보였다. 나를 열네 번 칭찬한다.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모시고 갈 테니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에 집까지 모시고 가겠다고 했다. 집 앞에 도착한 다음 3층까지 부축해서 올라가니까 다시 기력이 떨어졌고 호흡을 같이 해 준 다음 상태가 좋아져서 인천 집을 나섰다. 나를 열다섯 번 칭찬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둘째와 함께 있는 아내에게 전화하여 잘한 일들을 나누고 서로 칭찬했다. 안전하게 운전해서 집에 도착하니까 아홉 시가 다 되었다. 나를 열여섯 번 칭찬한다.
우리집 현관문을 열고 어르신께 인사하며 마중나온 큰딸을 안아 준 다음 짐을 풀고 물을 받아서 목욕을 했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하나 꺼내고 시원하게 마시며 글벗이 올린 글을 읽고 생각과 감정을 나눴다. 다 씻고 책상에 앉아서 하루 종일 여러 번 귀로 들은오늘 글을 필사했다. 남은 맥주를 다 마시며 사십 분 정도 할애하여 필사하고 오늘 해야 할 모든 게 끝났음을 감사하며 침대에 누웠다. 나를 열일곱 번 칭찬한다.
12월 어느 날, 다른 어떤 날보다 힘들고 어렵고 복잡한 일이 가득했지만, 평소와 다르지 않게 눈앞에 보이는 일을 대과 없이 모두 마쳤다. 다섯 번째쯤 아니면 열네 번째 즈음 지치고 화나서 짜증 내거나 못하겠다며 성질을 부릴 수도 있었고 신세를 한탄하며 의기소침할 수도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하루 종일 칭찬만 가득한 날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하루가 다 지나가도록 끝까지 울지 않았다는 것에 나를 열여덟 번 칭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