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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Jul 04. 2021

될 성 부른 나무는 부모부터 알아본다

I0234_ep.39 비리의 온상 친정집을 다녀오다

 



 어머니 생신이라 집에 들렀다. 다음 주란다. 통상 생일보다 먼저 축하 행사를 하는데, 누나 딸 하정이가 김천에 있는 축구대회에 참석했고, 코로나로 인해 같이 모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정이가 대회에서 3골이나 넣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같이 볼 한번 는데, 중학생 볼 좀 차는 남자아이들 수준을 넘어선다. 곧 나보다 잘할 것 같다. 내가 사준 축구화를 신었으면 좋겠는데, 새신을 샀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참고로 난 1호 후원자다. 

우리집안을 대변하는 사진


 어머니는 백신 2차 접종자라 허세 부리신다. 다 같이 모여도 투명인간들이 많은 경우라 별로 걱정이 안 된다. 다음 주에 만나면 되겠다.



 오랜만에 간 집은 여전히 꿉꿉했다. 잠깐 앉아서 옛날 사진과 성적표를 봤는데, 평소 기억하던 것과 다르다. 에세이보다는 소설을 고려해야겠다.



하지만, 의미 있는 사료를 찾았다. 브런치 카페 수상 이력에 한 줄 넣을 수 있는 대단한 이력을 찾았고, 작가 소개에도 포함시켰다. 문제점이 하나 있는데, 유세영 같은 아이들이 걸고 넘어질 만한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글을 잘 몰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독후감 대회에 응모한 것이 참 신기하다. 대상, 최우수, 우수도 아니고 장려인 것을 보니 아마 참가상인 것 같다. 혹시나 해서 모아둔 교과 발달 상황(학업성적표)을 비교 분석해 봤다.


오영희 선생님 글씨 잘 쓰셨네


 역시 '글자를 해독하고 있으나 글씨를 바르게 쓰도록 노력해야 되겠음'이라고 존경하는 오영희 담임선생님께서 또박또박 쓰신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 얼마 전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부모와 자식이 연계되어 있던 뉴스들이 떠오른다. 아무리 작은 독후감 대회지만 글자를 해독하는 수준의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글을 써서 응모를 한 것인지 35년 전의 진실을 다음 주에 물어봐야겠다.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는 이유 중에 누나가 그림을 잘 그렸고, 내가 어린이집 대신 미술학원을 1년 다녀서 직접 참가하지 않고 응모만 하는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는 몇 번 입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집도 비리의 온상이다.




 그래도 '건군 38주년 육군 본부가 주최하고 국방부가 후원하는 호국도서 학생 독서감상문'이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55주년 퍼레이드로 대열 어딘가에는 내가 있다

17년이 지난 후 '건군 55주년'에는 국군의 날 행사에 참석하여 3개월 동안 하루 14시간 이상 분열과 열병을 연습하며, 소대원들과 함께 광화문 한복판에서 퍼레이드를 했다. 이름도 모르는 미스코리아 분께서 꽃 목걸이를 직접 걸어주고 함께 MC 김흥국 님께서 려했는데, 어렴풋이 떠오른다.

'건군 73주년'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건군 83주년'까지 지금의 일을 하기에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후회 없이 즐기고 살았으면 좋겠다.   


될 성 부른 아이

 하여튼, 추억놀이 중 두 딸이 옛 사진에서 나를 찾지 못한다. 미술학원 졸업식 사진은 아내도 나를 찾지 못했다. 누군가 찾는 사람이 있으면 선물을 보내야겠다. 내가 내가 아니다.




먼지 괴에테

 추억여행이 끝나갈 즈음 아버지 책장에서 먼지 쌓인 지이드, 도스토엡스끼, 괴에테, 세익스피어를 봤다.

 운동을 하시고 오십 년 이상을 한량으로 지내신 분께서 약주를 하시면 매번 고전을 읽으라고 강요하셨는데, 그러지 않았다. 당신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유일하게 후회되는 부분이다. 아버지에게 평생 가르침 받은 하나뿐인데. 어쩌면 그 생각에 마흔이 넘은 늦은 나이에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점심식사 이후에는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브알라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바다소금에 질소로 꽁냥꽁냥 만들었는데, 게눈 감추듯 사라진다.

 이럴 때는 아침에 고민하던 것이 모두 사라진다. 단순하게  우리 동네에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집이 없다는 것에만 집중한다. 글이고 뭐고 아이스크림집 사장이 되는 것을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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