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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Sep 19. 2023

손이 시린 설레임

아이스크림 같은 자식


설레임은 표준어가 아니다. 하지만, 표준어보다 자주 사용해서 그런지 어색함이 전혀 없다. 바램이 아닌 '바람'이나 효꽈가 아닌 '효과'처럼 히려 셀레임보다 '설렘'  어색하다.


설레임을 처음 만난 건 이십 년 전이다. 파랗고 하얀 포장지에 싸여 꽁꽁 언 상태로 다가왔다. 딱딱한 플라스틱 입구에 입을 대고 쪽쪽 빨면 간에 기별도 안 갈 만큼 조금씩   아이스크림이다.


시, 우유맛 아이스크림은 하드(서주아이스크림)나 콘(빵빠레) 형태였는데, 쭈쭈바 형태 대단한 혁신이었다. 더구나 돌려서 닫을 수 있는 뚜껑도 장착했기 때문에 여러 번 나눠 천천히 맛을 다.


처음에는 새침하고 무심데, 주물럭거리며 시린 손을  슬렁슬렁 다가왔고, 꾹꾹 누르면서 달래면 말랑말랑 속내를 다 드러냈다. 밀크쉐이크처럼 부드러운 맛을 한 번 경험 되면 파랗고 하얀 설레임 포장을 볼 때마다 가슴이 설렜다.


설레는 감정은 그렇게 살며시 다가왔다. 나에게 설렘은 아내뿐지만, 칠 전 막내 덕분에 설레는 감정 마주했던 적이 있다. 설렘 때문에 막내는 며칠 동안 잠까지 다.


설렘 가득한 막내는 늦은 시간까지 과흥분 상태가 이어졌고, 열 시가 넘어서까지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를 순서대로 부르며 자신과 놀아달라고 했다.


티브이에 집중하는 어르신들은 막내에게 한 번 웃어주고 무했다.  아빠는 귓등으로지 않았다. 네 살 터울 언니는 열 시 이전에 반드시 잠을 자야 하는 모범 어린이기 때문에 내와 함께 놀 사람은 무도 없었다.


막내가 과흥분 상태인 이유는 직업체험 테마파 소풍 때문이었다. 여러 번 다녀왔지만, 놀러 간다는 소식을 할 때마다 분했다. 그래서 우리는 예고 없이 데려가곤 했다.


하지만, 유치원에서 단체로 가다 보니 미리 알릴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막내 수면 시간은 며,  시가 넘도록 동네가 떠나갈 듯 소란을 피우는 다섯 살 아이가 탄생한 것이다.


막내가 유별나긴 하지만, 다른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어는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여행을 출발하 전 심리 상태는 누구나  가득하다. 평소보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긴장하며 몸이 가벼워서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설레는 감정 어디서 왔는지 다. 감정은 학습을 통해서 익힌다고 배웠는데, 충분하게 학습하지 않은 어린 막내에게서 나타나는 이유가 궁금했다. 물론, 유튜브가 큰 역할을 했겠지만, 조금 더 아름다운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껏 살면서 설렘 가득했던 상황을 다. 수학여행 전, 대학 진학 때, 입대했을 때(?), 사랑하는 아내를 만났을 때가 우선 떠올랐다. 그러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엄마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웅크리고 있을 때에서 생각이 멈췄다.


부모뿐 아니라 가족이나 주변 많은 사람의 설렘이 막내에게 오롯이 전해 졌을 테니,  기운을 받은 막내는 학습조차 필요 없이 설렘을 익혔을지도 모른다.


막내는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며 다양한 감정을 익혔다. 기쁨과 환희 그리고 분노와 짜증 등 좋고 나쁜 감정을 받아들이며 자연스럽게 학습하다 보니 설렘은 깊은 곳에 숨었다가 소풍을 통해서 발현했을지 모른다.


유년을 지나 사춘기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 다시 나타날 테고, 세상을 살아내며 자기가 원하는 물건이나 학교, 직업을 마주할 때마다 찾아올 것이다.


그러다가 자신에게 가장 큰 설렘을 준 사람과 함께 살기로 약속하고 소중한 존재를 선물 받으면 자기가 받았던 설렘을 고스란히 전해줄지 모른다.


지금은 자기 몸통보다 큰 설렘을 감당할 수 없어서 과흥분했지만, 나와 아내를 통해서 전해진 설렘이 맞다면 소중하게 간직하다가 오롯이 전해줬으면 좋겠다.


하얗고 차갑고 순수한 우유맛 아이스크림이 무더운 여름에 데워진 내 몸을 온전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설레임처럼 예쁘게 포장해서 전해지길 바란다.



* 허무맹랑한 이야기입니다. 과학이나 의학 또는 심리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부분을 사실처럼 정의하고 사는 게 죄는 아니기에 휘갈겼습니다.



** 한 줄 요약

설렘이나 설레임이나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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