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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Aug 29. 2023

심통 나게 만드는 세상



아이와 대화하다 보다양한 표현하는데, 눈길을 끄는 이 더러 있다. 가끔 어른을 흉내 내거나 생각하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올  솔깃하지만 자기감정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할 때면 오히려 더 와닿기도 한다. 어른이라서 말에다 담지 못했던 감정과 생각을 거침없이 대변하는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다섯 살 막내가 자주 하는 말 중에 '심통 난다'가 유독 마음에 든다. 두 팔로 자기 양 어깨를 엇갈려 감싸 안고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정 부리듯 내뱉는 말을 들으면 제대로 서있기 조차 힘들 정도로 행복하다.



심통 난다는 마땅치 않게 여기는 나쁜 마음을 뜻한다. 스쿠루지 영감이 아닌데도 마땅치 않게 여기는 나쁜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은 찾아온다.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경우에는 큰 화가 되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고통과 슬픔이 되어서 스스로를 아프게 만들기도 한다. 가끔 심통은 내면에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삶을 지치게 하거나 다른 사람과 관계를 단절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심통이 났을 때는 반드시 원인을 찾아 해소하여 수그러들게 하거나 다른 생각이나 감정으로 치환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더 심각한 상황은 스스로 심통 난지도 모르는 경우이다. 다섯 살 아이도 마땅치 않게 여기는 나쁜 마음이 자신에게 찾아온 것을 알아차려서 심통 난다고 표현하는데, 아이보다 열 배 정도는 더 살아낸 어른이 자기 심통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조금 안타깝기만 하다. 보통은 심통을 알아차렸지만 직접 표현하지 않거나 나타낼 수 없는 경우가 다. 유치한 언어로 표현하는 게 싫거나 감정 조절을 못하는 사람처럼 비치는 게 걱정되어 함부로 내뱉지 못하게 된다. 결국, 주변을 살피며 표현을 순화하거나 자제하게 되는데 심통을 수그러들게 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심통은 축적되어 분노나 화로 진화하고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막내처럼 심통 난다고 솔직하게 외치고 싶다. 자연스럽게 느낀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편안하게 내뱉어야겠다. 더 이상 어른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입을 다물거나 돌려 말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다짐하면서도 혹시 심통을 부리다가 외톨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몰려와서 안타깝지만, 다소곳이 양 어깨를 엇갈려 감싸 안사랑스럽외쳐야겠다.


 "나 심통 났어!" 


그런데, 왜 심통이 난거지?



한 줄 요약 : 나도 자주 심통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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