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에 대한 에피소드는 넘쳐난다. 댓글 한 건마다 글을 한 편씩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즈음 댓글 관련 매거진에 관심을 두기도 했다. 댓글은 라이킷이나 구독처럼 글을 쓰는 사람이 관심을 갖는 대상이다. 시간이 지나면 달관하거나 초연한다지만 주변을 살피면 아직도 중생이나 노예가 많다. 나 역시 그러하다.
댓글은 글쓰기 플랫폼에서만 아니라 더 넓은 세상에서 각종 사건과 사고로 일으키며 시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댓글은 숨을 쉬게 하고 글을 쓰게 만들기도 하지만 치욕과 분노를 주고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 가끔은 생사를 가르는 길 위에 위태롭게 서있도록 내몰기까지 한다. 그래서 나는 댓글이 부담스럽고 무섭다. 그러면서도 주거나 받길 원하는 이상한 존재이다.
댓글 하나 덕분에
휴가를 보내고 일상으로 복귀한 날, 정신없는 일이 연속되며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복잡하고 낯선 상황에서 갈등이 고조되며 선택과 결심해야 하는 일이 쏟아졌다. 기가 빨리고 혼이 나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이미 하루가 다 지나고 집으로 향하는길이었다.
평소답지 않게 조용히 맞아주는 두 딸 덕분에 차분하게 씻고 가볍게 맥주 한 캔을 마신 다음 잠에 들었다. 하지만 꿈에서도 다이내믹한 상황이 이어졌다. 정신없이 어지러운 상황을 헤쳐나가자 눈앞에이불이 나타났고 천장이 춤을 췄다. 안경을 찾지 못한 채 다시 잠을 청했지만, 눈이 감기질 않았다. 주위를 환기시키려고브런치를 열었는데, 지난 글에 달린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댓글을 읽고 나니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가을인데, 가을을 못느낀 나를 돌아보게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루틴을 뒤로하고 출근길을 나섰다. 주차를하고 사무실까지 가는 길을 평소보다 돌아서 천천히 걸었다. 제법 차가워진 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가을 한복판을 걷는 기분을만끽했다.
가볍게 건넨 댓글로 하루가 평온해졌다. 스트레칭 없이는 찌뿌둥했던 일상, 카페인 없이는 각성할 수 없던 하루,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독서하지 않으면 불안했던 오늘은 모두 사라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몸은유연해졌고 머리는맑아졌으며가슴까지 따듯해졌다. 단지 댓글 하나 덕분이다.
댓글 하나 때문에
브런치에서 유일하게 등을 돌린 작가가 있다. 그렇다고 차단하진 않았다. 가끔 검색해서 계정을 찾아가안부를 확인한다. 내 행위는 작가에게서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때문이다. 하지만그는 자신 때문에 내가 상처받았는지 모를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냥 모르는 채 각자 글을 쓰기만 한다.
등을 돌린 이유는 다른 작가와 주고받은 댓글을 보고 아팠던 마음이 지금까지도 사그라들지않았기 때문이다. 저격하는 글은 오히려 괜찮았는데, 동조하거나 거드는 댓글로 할퀸 상처가더 깊게 파였다.단지 댓글 하나 때문이다. 당장 먼저 다가가긴 싫지만, 지금이라도 손을 내민다면 잡아주고 싶다.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테고 그때가 되면 웃으며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격글을 쓰는 사람도 이해한다. 아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자신이 쓴 글로 인해서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하고 심지어는 가해자까지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한 번 더 생각했으면 한다. 최근 알고리즘으로 추천된 글과 댓글에서 낯설지 않은 상황을 목도했다. 아팠다. 누군가 더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들 뻔했다.하지만글이 활이 되고 칼이 되어 춤을 추는 상황을 더 이상 보고 싶지않았다.
그래서 앞으로는아픔이 예상되는 글은 읽지 않기로 했다. 혹여나 우연히 읽는 글에서 비슷한 느낌이 든다면 눈을 감기로 했다. 궁금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헤집거나 파헤치지 않기로 했다. 어느 편에도 서고 싶지 않다. 내가 서있는 곳조차 누군가에게는 아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쓰리게 배웠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쓴 글이 의도하지 않았는데,욕이 되고 똥이 된다면 반드시 사과하고 반성하며 살고 싶다. 상대방이 용서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