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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Oct 31. 2023

작심삼월 무한반복


올해 절반을 접은 시기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로 다시 한번 결심했다. 단호한 결의는 아니고 매번 했던 평범한 다짐 정도이다. 우연한 기회에 글쓰기 모임에 가입했고 글을 쓰면서 몇 가지 행위를 더했다. 시작한 지 아흐레가 지나니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바쁜 일상과 게으름으로 놓쳤던 좋은 습관까지 하나둘씩 다시 찾아다가 몸에 스며들게 했다.


평소보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명상과 스트레칭을 하고 책을 읽으며 글을 쓴다. 아침부터 생기가 돌며 답답했던 출근길마저도 발걸음이 가볍다. 일찍 출근하여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고 하루를 그린 다음 일상을 시작하니 아침이 느긋하고 여유롭다.


본격적으로 하루가 시작되면 일에 빠져서 허우적 거린다.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털어내며 숨이 차고 버거워질 때즈음 잠시 숨을 돌린다고 핑계 대며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린다. 어떤 글을 쓸지 어떤 책을 읽을지 아니면 오후에 운동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다 보면 당장 해야 할 일과 섞이면서 어수선해지는데, 정신을 가다듬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일과 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할 만큼 여유는 없기 때문이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끝날 무렵, 체력단련 시간이 주어진다. 일과 중 운동 시간이 주어진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지금껏 몰랐다. 다른 사람들은 돈을 주고 시간을 쪼개며 운하는데,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운동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더구나 체력 단련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운동은 주로 5km 달리기를 한다. 거리에 치중하지 않고 적당하게 땀이 나면 걷기와 다른 속도로 뛰기를 합한다. 여전히 달리기는 첫 발을 떼는 순간과 숨이 차오르는 내내 힘들고 지루하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거친 숨을 고를 때즈음 느끼는 희열 때문에 끊을 수가 없다.


퇴근해서 하루를 마무리할 때즈음 천천히 시간을 돌려가며 하루를 기록하고 짧은 영상을 만든다. 완성한 글과 영상은 함께 인간이 되려는 생물들과 나눈다. 서로 응원하면서 하루를 잘 살았다는 뿌듯함도 공유한다. 혼자 할 때 무뎌지고 놓쳤던 일인데, 함께하다 보니 의지와 동력까지 생긴다.






세 달 전쯤 쓰고 발행 시기를 놓쳐서 서랍 괴물에게 상납한 글인데, 소생시킬 기회가 찾아와서 고민 끝에 퇴고했다. 지난 7월부터 글쓰기(라라크루)와 운동 루틴(쑥과 마늘)을 시작했고 열흘 정도 지난 시점에 쓴 글이다. 그때부터 석 달이 지난 오늘 다시 글쓰기와 운동 루틴을 시작한다. 중단한 건 아닌데, 새로운 기수가 시작되는 시기에 다시 한번 매듭을 짓고 시작한다.


지난번에는 추석 연휴 때 잠시 무너졌지만 아득바득 따라갔다. 사실, 한번 다짐하면 두세 달 정도 잘 끌고 간다. 하지만, 서너 달 정도 지나면 항상 무뎌진다. 다양한 핑계를 찾아오고 결국 손을 놓기도 한다. 남들은 백일이 지나면 습관이 된다던데, 오히려 역행하는 걸 보면 이상한 신체 알고리즘이 설정되었나 보다.


그래서 루틴을 조금씩 변경하며 질리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한다. 운동은 5km 달리기를 기본으로 하면서 거리나 횟수를 조정하거나 근력 운동과 혼합해서 질릴 때마다 바꾼다. 글쓰기도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을 오고 가며 경중을 조절하고 가끔 연필을 쥐어 꾹꾹 눌러서 담기도 한다.


하지만, 혼자서 아등바등거려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친다. 버거운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되면 습관처럼 안식일을 갖는다. 안식일은 주가 되고 월이 되어 루틴을 무너뜨린다. 차라리 작심삼일이면 마음이 편할 텐데, 서너 달 꾸준하게 이어오던 루틴이 멈추게 되면 그동안 투사했던 노력과 정성이 더욱 아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는데 라라크루가 나타났다. 서너 달에 한 번씩 드라마 시즌제처럼 새롭게 시작한다. 편안하게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혹여 지치거나 버거울 때는 글감도 선물한다. 열심히 쓴 다른 작가 꽁무니를 졸졸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운동하기 싫을 때는 이른 아침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0000 작가님의 인쇄글 같은 왼손 필사를 보고 마음을 정화한다. 새롭게 왼손 필사를 시작한 000, 000 작가님 글씨가 아름다워지는 과정을 보면서 자극받아도 된다. 늘 만보기를 울리는 문학소년과 가끔 등장하는 검도를 감상하며 편안하게 뒤따르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석 달이 지난다. 다시 지칠 때즈음 글 세상을 수호하는 자가 나타나서 함께 달리자고 채찍질을 한다. 채찍을 맞기 싫으면 쓰면 다. 그렇게 작심삼월만 무한반복하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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