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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11시간전

가을에 반드시 해야 할 일

<라라크루 수요질문>


이렇게 좋은 가을날, 라라크루 여러분은 무얼 하고 보내려는 지요. 혹은 하고픈 것이 있다면 나눠주길 바랍니다. 갈수록 가을이 짧아져서 그런지 더욱 궁금하네요.


글쓰기 마당에서 성큼 다가온 가을에 무엇을  물었다. 글쓰기 천재들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는데 반지의 제왕이 말을 타고 날아다닐 정도로 우후죽순 글을 발행했다. 공짜로 쉬는 날인데,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가을에 할 일을 찾아 나섰다.


어려서부터 여름을 좋아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가을이 점차 좋아지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을 하든 가을이 다 좋기 때문이다. 여행, 독서, 모임, 운동 등 어느 하나 가을만큼 좋은 계절이 없다. 달력상으로 보면 한참 전에 가을이었어야 했는데, 요상하고 복잡한 기후로 인해서 국군의 날 아침이 되어서나 가을을 느꼈다. 오늘 아침 긴팔을 처음 꺼내 입었기 때문에 가을이 확실하다. 반바지는 입지 못하겠고, 왠지 입으면 부끄러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가을이 온 게 맞다. 낮에 기온이 올라간다고 한들 날이 미쳤나 정도를 하루 이틀만 외쳐도 될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이 오자마자 내 몸에서는 이상증세가 나타난다. 바로 맑은 콧물과 재채기이다. 만성 비염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면 귀신처럼 따라온다. 재채기 18연타 정도 해주면 주변에서 제발 다른 곳으로 사라져 주라고 모든 감각 이용하여 쏘아 댄다. 물론 3연타 이상 나오면 자리를 벗어나는데, 가끔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강력하게 나올 때는 움직이다 주변인들에게 맑은 성수를 선물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코 주변을 강하게 누르면서 겉옷에 얼굴을 묻고 최소 음량으로 에이치가 묵음이라고 소리친다.


재채기 친구인 맑은 콧물은 티슈 한 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점도가 끈적한 콧물은 한두 장으로 가능하지만, 청정수 같은 맑은 콧물은 국내 시판 티슈 석 장 정도는 거뜬하게 통과한다. 그렇다고 더럽게 컹컹대면서 코를 푸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서너 번 속삭이며 풀다 보면 머리는 지끈거리고 신세 한탄까지 한다.


그래서 말이다. 이번 가을에 뭘 하고 싶은 것보다 꼭 한번 비염한테 이겨보고 싶다. 정신 바싹 차리지 않고 방치했다가는 꽃가루 날리는 내년 봄에 장렬히 전사할지도 모른다.


이비인후과에서 대기하며 신세 한탄하는 글


* 한 줄 요약 : 환절기 비염 저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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