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 듣는 말이다. 누군가를 평가하는 가장 쉽고 옹졸한 질문이다.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아이는 일을 잘하거나 못하는 사람'이 된다.
질문의 본질이 잘하는 것을 물어봤으니 "잘해" 아니면 "못해"로 대답해야 한다. 묻는 말에 제대로 답을 못하면 대답도 못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일을 어떻게 해야지 잘하는 건지 기준은 모호하지만, 잘한다고 물어봤는데, "어, 정말 잘하지!"란 답이 나오지 않거나 머뭇거리는 순간 '그 아이는 일 못하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하면된다
일은 하는 것이다. 각자가 맡은 직무에 충실하게 하면 된다. 예전에는 음식점마다 '하면된다'란 문구가 많이 붙어 있었는데, 점차 사라지더니 이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잘해야만 하는 세상을 등지고 숨었나 보다.
한 번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가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다.
"열심히가 중요한 게 아니고 잘해야지, 누구나 열심히 한다. 좀 잘하자. 쯧쯧"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참 아름다운 세상이네,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냥 충실하게 자기 일을 하면 된다. 그걸로도 충분하다. 남들보다 탁월하게 일을 빨리 끝내고, 자신의 영역보다 더 많은 것을 한다 잘한다고 평가하는 기준이 이상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 잘하냐는 질문에 "어, 자기 일을 확실하게 잘해."라고 답변했을 때 '그 사람은 자기 일만 잘하는 사람' 또는 개인주의 성향이 짙다고 해석이 된다면 이분법적 사고에 치우쳐 있다고 생각해 볼만 하다. 잘하고 못하는 평가는 천천히 하고, 우선 그자리에서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은 없다
미생을 보고 가슴속 깊게 새긴 대사다. 잘하지 않으면 못하는 세상이고, 그냥 일만 하다보면 묻혀 버린다. 더하여 십중팔구는 일을 못 하고 단 하나만 잘하는데, 그 잘하는 하나를 위해 많은 것들이 돌아갈 때 가끔 환멸을 느낀다. 어쩌다 내가 하나가 되어도 불편하다.
신의 한 수가 대단한 게 아니고, 세를 형성하는 많은 바둑돌들이 각자의 위치에 놓여 있는 게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위치에서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평가를 올바르게 해야 한다.
인생은 스포츠와 같다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삶을 스포츠와 비교하는데, 일과 스포츠는 본질이 다르다. 스포츠의 기원은 전투다. 서로 싸워 이겨야지 생존할 수 있는 전투처럼 내가 살기 위해서 발버둥 쳐야 하는 것이다. 승리를 위해 싸우는 스포츠와 일을 동일시하다 보니 매번 경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며 학창 시절부터 서로 경쟁하며 자라다 보니 지금의 경쟁 사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충분히 살만하고, 같이 잘 살 수 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원시사회부터 생존을 위해 서로 경쟁만 하던 우리 사회가 이제는 함께 잘 살자고 소리친다. 학교에서도 경쟁에서 이겨야 살 수 있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단지, 다른 곳에서 계속 가르칠 뿐이다. 나도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는지 되물어보고 싶다.
담벼락의 낙서도 소중한 기록이다
글 쓰기도 그렇다. 잘 쓰고 못쓰는 평가보다 당장 쓰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이 많이 읽는 글이 좋은 글은 아니다. 글 쓰기의 목적을 명확하게 하면 글 얻는 행복이 더 커진다. 글은 기록으로써 가치가 있다. '담벼락의 낙서도 소중한 기록'이 될 수 있다. 나는 매일 아침에 글 쓰는 취미를 하면서 삶의 많은 부분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복잡한 머릿속을 맑게 해 주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기록할 수 있으며, 주변 사람들과 관계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줄 사람이라서 잘하는 건 절대 아니다. 아직 속물이다 보니 조회수나 라이킷에 눈길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매번 댓글도 꼼꼼하게 읽고 답변을 한다. 곧 초연해질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글을 쓰는 행위로부터 얻는 소소한 행복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육아는 하는 것만으로도 존중받아야 한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육아는 하는 것만으로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 자체가 힘들다. 박지성도 "EPL에서 뛰는 것보다 애들 키우는 게 힘들다."라고 방송에서 커밍아웃을 했다. 아쉽게도 그게 부모의 역할이다. 하지만, 육아도 잘하라고 부추긴다. 힘들어 죽겠는데, 해도 안되는데, 매번 속상하기만 하는데, 뭘 그렇게 잘하라고 하는지 답답하다. 그럴 시간 있으면 와서 우리 딸 똥이나 치웠으면 한다. 누구나 내 소중한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잘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육아는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한 격려와 칭찬만이 동력이 된다.
주변에 일을 못해서 많이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스스로 일을 못한다고 자책한다.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데도 평소 잘한다는 평가를 많이 듣지 못해서 마치 일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응원한다.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당당해도 된다"고 꼭 집어 말해주고 싶다. 어디선가 듣고있는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