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이 간접광고 아니야?

I0234_ep.49 육아와 글쓰기에 대한 간접접근전략

by 혜남세아


아내와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보다가 채송화가 커피 타는 장면에서 눈이 마주쳤다.

"저거 PPL이네" 마치 숨겨 놓은 아이템을 획득했다는 듯이 PPL을 발견한 순간 서로에게 알려줬다.


사전을 검색해 보니 PPL(Products in placement)은 명확하게 간접광고라고 나와 있다. 전문분야가 아니라 섣부르게 언급하기는 부담스럽다. 이런 간접광고를 쉽게 알아내는 사람이 눈썰미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쉽게 노출시켜 보다 큰 광고 효과를 얻으려는 것인지 기획자의 의도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과한 PPL은 조금 부담스러워서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노이즈 마케팅처럼 의도적으로 구설에 오르게 한 다음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PPL을 할 수도 있다. 결국, PPL에 노출된 나는 일상에서 그 제품을 만나면 익숙한 기분으로 한 손에 집어 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쇼핑에는 아직도 속물이기 때문이다.




간접광고와는 전혀 다른 부분이지만 군사용어 중에 간접접근 전략이 있다. 영국군 리델 하트의 전략론 중에 일부로 일상에서도 가끔 활용한다. 어려운 뜻은 차치하고 단어 그대로 해석한다면 본질에 다가설 때 바로 가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축구를 할 때 중앙 공격이 잘 안 되면 좌우측 사이드에서 골대로 센터링하여 골을 노리는 방법으로 이해하면 조금 더 쉽다. 더 쉽게 설명하면 PPL이다. 이런 간접접근 전략과 PPL은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다가설 때는 직접적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교감을 통해서 서로를 알아주는 시간이 많을수록 사랑과 믿음이 커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도 간접접근 전략이 필요할까? 물론 있다.



우리 둘째는 떼를 많이 쓴다. 가끔 소리도 지르고, 심지어는 언니를 때리기도 한다. 가족 중에 폭력성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른 유튜브'에 많이 노출되었다고 생각하여 스마트폰을 뺏으면, 할아버지나 할머니, 나에게는 반항한다. 화가 많이 날 경우는 폭력성을 보이는데, 그럴 때는 아빠와 함께하는 체험학습을 통해 제압을 한다. 함께 조용한 방으로 들어가서 10분 정도 명상의 시간을 가지면 처음에는 성질부리다 제풀에 지쳐서 울거나 사과를 한다. 문제는 자꾸 반복하다 보니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차선책을 찾는 중이다.


어이없게도 네 살짜리가 엄마한테는 전혀 다른 대응을 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웃으며 알랑방귀를 뀐다. 정말 기회주의자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상황일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엄마 찬스를 쓴다. 엄마한테 전화를 하거나 이른다고 말하면 날뛰던 세이는 조금 수그러든다. 일종의 간접접근 전략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이다. 상대방이 두려워하는 존재를 이용해 우회적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하면서 의지를 말살하는 간접접근 전략을 정확하게 활용한 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제법 읽힌다. 어제는 글이 읽기 수월해졌다는 격려도 들었는데, 다른 어떤 말보다 기분이 좋았다.


사실 내 글 쓰기의 목적은 미래의 작가를 꿈꾸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내 삶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데 목적이 있으며, 글을 통해 아내와 꾸준하게 소통을 하기 위함이다. 함께하는 시간이 짧다 보니 아내에게 사랑을 표현하거나 일상을 말해주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응원과 위로를 위한 간접접근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가끔은 반성문의 역할도 한다. 너무 직접적인 PPL이 되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곳곳에 숨겨 놓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다른 소통의 수단


글 쓰기를 더욱 잘하게 된다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목적과 관련된 단어를 하나도 포함하지 않고서 상대방에게 영감을 주거나 행동으로 발현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혹시 내가 가스라이팅을 추구하나? 좋은 글은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지만, 나에게 좋은 글이란 사실을 알려주는 것보다 읽는 사람에게 영감을 주거나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조력하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읽혀야 하는데, 읽히게 쓰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 연유에 읽기 수월해졌다는 말이 참 고마웠다.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일상과 아이들 그리고 글 쓰기에 접목하게 된다. 커피 간접광고를 보고 일, 육아, 취미를 같은 선상에 놓고 고민을 하는 나를 돌아보면서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졌다는 게 느껴졌다. 그냥 가끔은 "맛있겠다 사 먹자"라는 행동이 우선 했으면 한다.


커피나 한잔 해야겠다.

이것보다는 따뜻한 스벅 아메리카노가 생각나지만 PPL 같아서 최근 마신 내린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