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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Aug 22. 2021

두 딸에게 사랑을 공정하게 나누는 법

우리 집에는 스콘이 네 개나 있다




 우리 집에는 스콘이 개나 있다. 플레인, 솔티드 캐러멜, 녹차, 쇼콜라 맛이다. 스콘을 좋아하는 두 딸에게 두 개 씩 나눠주면 되는데, 스콘 네 개가 각각 맛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를 반씩 잘라서 나눠줘야 하지만 여간 쉽지 않다. 큰 딸만 있을 때는 네 개의 스콘을 온전하게 줬는데, 둘째 딸이 태어난 3년 전부터는 어떤 날은 첫째가 쇼콜라 스콘을 독식하기도 하고 다른 날은 녹차 맛 스콘의 절반 이상을 둘째 딸이 가져가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집에는 한 개나 두 개만 있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우리 집에는 네 개나 있기 때문에 배고플 일이 없다. 다자녀가 사는 경우에는 세네 명이 몇 개 안 되는 스콘을 나눠야 하는데, 우리 두 딸은 축복받은 게 사실이다.



 첫째가 4년간 독식했다고 둘째에게 더 많이 주는 것도 옳지 않다. 누가 더 예쁘고 착하냐에 따라서 스콘과 우유를 한쪽으로 더 주는 것도 맞지 않다. 중요한 것은 공정하게 나눠야 하는데, 둘 모두에게 서로 느끼지 못할 만큼 정성을 들여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집 스콘 중 인기가 많은 솔티드 캐러멜과 쇼콜라는 서로 먹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탓에 매번 잘 조절해야 한다. 그나마 선호하지 않는 녹차와 플레인은 배가 고플 때 나눠주는데, 배고플 때는 허겁지겁 먹기 때문에 체하지 않게 우유를 같이 주면서 적당량을 주어야 한다.




 나는 담백한 맛이 좋아서 플레인 스콘을 많이 찾는데, 스콘 맛은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로워야 입에 맞는다. 다른 재료들은 차치하고 고소함은 버터 양, 부드러움은 생크림 첨가 정도에 따라 조절된다.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적절하게 묻어 날 수 있도록 버터와 생크림이 0.6:0.4 정도의 비율이 적당하다. 아직까지는 조금 더 묵직한 버터의 풍미를 통해서 고소함을 즐기고 싶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드러움을 이끌어내는 생크림 비율을 높이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묵직한 큰딸은 버터 같고 둘째 딸은 생크림처럼 생기발랄하다.



 아내는 솔티드 캐러멜을 좋아하는데, 직접 베이킹과 파티시에를 하기 때문에 최적의 맛을 찾기 위한 비율은 레시피로 만들었다. 자신의 레시피에 맞게 버터, 생크림, 박력분, 설탕을 섞어서 플레인 스콘을 가볍게 만든 다음 히말라야산 소금과 백설표 흑설탕으로 졸인 캐러멜을 조합하여 '단짠'의 새로운 맛을 첨가하는데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솔티드 캐러멜 스콘에는 단맛과 짠맛이 공존하는데, 아직 어린 딸들은 짜다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단맛에 빠져 혀로 날름날름 먹으며 좋아한다. 참고로, 솔티드 캐러멜은 플레인이 기본으로 잘되어야 맛이 배가된다.



 녹차와 쇼콜라 스콘은 전라남도에서 오랜 시간 맛을 단련하신 '남도 장인'과 반백년 가까이 남도 장인의 의식주를 뒷바라지하신 '장기 식모' 께서 좋아하는데, 세상을 살아온 노련미와 남도음식으로 단련된 미각을 통해서 맛의 밸런스를 잘 조절한다.



 우리 집에서 만든 네 개의 스콘은 잘 나눠서 각자 취향에 맞게 맛있게 먹으면 된다. 누군가 스콘을 주면 다른 한 명은 우유를 가져다줘야 한다. 가끔 불필요한 나의 우려로 맛있게 먹고 있는 스콘에 우유가 아닌 바나나 주스로 페어링 하는 게 문제이다.




 자녀 둘을 키운다는 것은 부모가 줄 수 있는 사랑과 정성을 두 자녀에게 고르게 나눠야 한다는 큰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자녀가 하나일 때는 모든 것을 다 주었지만, 둘이 되는 순간 사랑과 정성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노력을 더해야 한다. 사랑이 넘치는 스콘을 적절하게 나눠주고 어울리는 우유를 정성스럽게 가져다줘야 하며, 체하지 않게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그게 우리 부모의 역할이다.





 어쩌면, 아내와 함께 꿈꾸는 책과 빵이 있는 우리 집 메인 메뉴가 스콘이 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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