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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Aug 17. 2021

막내의 거짓말 빅뱅

빅뱅의 거짓말 시대는 끝났다

I'm so sorry but I love you
다 거짓말 이야 몰랐어 이제야 알았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며, 안타까운 현실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벌써 십오 년 전 이야기이다. 꾸준하게 있기가 있던 가수 빅뱅의 노래로 지금까지도 많이 사랑받는다. 다른 곡들도 유명하지만 난 유독 거짓말이 좋았다. 아쉽게도 거짓말의 시대는 거짓말로 인해 크고 많은 아픔을 주며 사라지고 있다. 살다 보면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된다. 각자의 목적을 달성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떤 때는 참말을 할 경우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아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굳이 따져본다면 이상한 분위기가 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적 없는 거짓말은 존재할 수 없다. 선의의 거짓말 역시 남에게 해가 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거짓말은 참말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목적을 가지고 참말이 아닌 것처럼 하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세상에는 정의가 없다는 생각으로 살면서 또 한 번 쓸데없는 정의를 한다.





 나 역시 살면서 거짓말을 한 경우는 헤아릴 수 없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하고 있는데, 요즘은 아이들과 관련된 거짓말을 자주 하게 된다. 훈육과 교육의 하얀 거짓말이라는 포장 속에서 마음껏 남발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아내와 할아버지, 할머니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거짓말은 부모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자녀들도 각자의 목적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 첫째는 초등학생이라 말을 시작하고 네 살 정도부터 거짓말을 시작했고, 지금껏 몇 차례 거짓말을 했다. 둘째는 네 살이라 이제 막 거짓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거짓말은 학습을 통해서 진화한다. 참말만 존재하는 세상에서 불편함과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아이는 자신이 먹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위해 하지 않은 것을 했다고 하거나 한 것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거짓말은 유튜브나 어린이집에서 보고 배운 게 아니다. 스스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살아남는 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아이의 거짓말은 성과와 반응에 따라 진화하는데, 첫째는 뭐가 참말이지 몰라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 외에 크게 문제를 일으킬 만한 거짓말을 한적은 없다. 그러다 보니 거짓말이 진화하지 못했는데, 육아를 잘했다기보다는 심성이 여려서 잘 못한다. 가끔 거짓말을 할 때도 티가 나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한다. 다행히 둘째도 아직까지는 거짓말이 애교 수준이다. 하지만, 엄청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잘 돌봐주지 않으면 언젠가는 누군가 상처 받는 거짓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훈육은 목표와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어제는 둘째가 언니 등을 물어서 첫째가 울면서 나에게 알렸다. 자주 벌어지는 일이라 상처가 나지 않는 이상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큰딸을 위로하는 것과 작은딸의 폭력성을 잠식시키기 위해 작은딸을 방으로 불러서 훈육했다. 훈육이라고 해 봤자 침대 가운데 편안하게 앉히고 자초지종을 물어본 다음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스스로 말하게 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아무 말 안 하기 또는 반복 질문하기 형태로 진행한다. 요즘에는 두 손 들어를 시켰었는데, 장난만 한다. 내가 강한 어조로 말하면 두 손을 십 초 정도 들고 있다가 팔 아프다고 내린다. 다시 들라고 다그치면 삼초 뒤에 다시 내린다. 벌을 주면서 혼내고 싶진 않아서 포기하고 주로 말로 한다. 참고로 첫째는 지금껏 혼난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둘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것 같다. 둘째는 자존심이 강하면서도 위기의식의 느껴지면 바로 꼬리를 내린다. 어제는 언니가 자신의 인형을 깔아뭉갠 것에 대한 정당한 응징이며 정의를 구현했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폭력은 이유를 불문하고 잘못된 행동이며 용서받을 수 없다. 우리 집에서 폭력 없다'였다. 같은 말을 둘이서 열 번 이상 이어 갔다.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언니를 깨문 행동이 잘못된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단서가 붙는다.

 "언니를 깨문 거 잘못했어요. 근데, 언니가~~"

 나는 말 허리를 잘랐다. 다시 몇 번의 비슷한 말이 반복된다. 죽을 것 같이 싫다면서 사점을 느꼈는지 둘째가 순응하는 태도를 보인다.

"언니한테 미안하다고 할게요"

 언니한테 사과하러 가라고 하고 나는 방에서 혼자 조금 후회를 했다. 둘째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고 마음도 헤아려야 하는데, 평소에 장난기가 많고 잦은 거짓말을 해서 한 번쯤은 따끔하게 혼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다 보니 피의자보다 피해자에게 사랑이 조금 더 치우쳤던 것 같다. 그래도 바른 방향으로 끝난 것 같아서 안도하며 일어서려는 순간 언니에게 사과하고 돌아온 둘째가 방문을 사이에 두고 밖에서 날 노려본다. 그러다 씩 웃으며 몇 마디 하고 도망간다.

"거짓말인데. 거짓말인데. 메롱. 아빠는 오줌 쌌데요. 난나 나나나"

연출사진이다. 가끔 이상한 행동을 하는데 이해할 수가 없다


 내 모든 가치관과 이념을 흔드는 존재가 계속 날 자극한다. 특히, 어디서 배운지도 모르는 음률이 살아있는 '난나 나나나'가 내 신경을 고조시키면서 인내심을 한껏 향상시켜 점점 날 성인 대열까지 올려놓는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둘째 딸 세이 덕분에. 그냥 주말에 소풍이나 함께하면서 달래야겠다.


 빅뱅의 거짓말 시대는 끝났다. 세이의 거짓말이 빅뱅 하면서 이제는 세이의 거짓말 시대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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