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경관을 보는 것이 좋다. 그랜드 캐니언이나 나이아가라 폭포,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폭포나 사하라 사막, 그리고 엘로우 나이프의 오로라 같은 장엄하면서도 웅장한 자연경관을 마주하고 싶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왜소해지기 때문에 동경의 뜻인지 아니면 순응하고 싶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장엄한 경관을 보면,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지고, 온몸에 전율이 오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가는 촉촉해 진다. 그 순간을 즐기고 싶다.
아쉽지만, 보고 싶은 천혜의 경관을 한번도 다녀오지 못했다. 자연의 멋을 만끽하고 싶지만 삶이 코로나가 앞길을 막고 있다. 하지만, 인공의 멋은 조금 알게 되었는데,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공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경관인데, 바로 '야경'이다.
검은 종이 위에 짙은 명도의 다각형들이 채워지고 그 위에 하얗고 노란 별빛들이 각자의 색깔과 조도를 뽐내면서 조화롭게 흩어져 있다. 가끔은 빨갛기도 하고 파랗기도 한 형형색색의 별빛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밝게 비춘다. 평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던 별똥별들은 아래 하늘에서는 셀 수 없을 만큼 나타나는데, 평소처럼 찰나에 사라지지도 않는다. 주로 하얗고 붉은 빛을 내며 각자의 갈 길을 느리게 걸어간다. 가끔은 다른 별똥별들과 함께 줄지어 다니는데, 밤새도록 빛나는 은하수 길을 따라서 천천히 움직인다. 별빛들은 시야에서 멀어질수록 뿌옇게 아른거리며, 잔상만 남는다.
하코다테의 야경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시선이 잔상의 끝나는 곳을 지나치면 점점 어두워지는데, 자세히 보면 자연스러운 불빛들이 희미하게 붙어 있다. 아래 하늘의 별빛들이 밝게 비칠 때는 숨어서 보이지 않던 불빛인데, 어둑한 밤이 되어 별빛이 사라질 때 즈음에 하나둘씩 자신들의 색깔을 마음껏 뽐내기 시작한다. 아래 하늘의 별똥별이 거의 사라지고 은하수 길만 남을 때 즈음 위에서는 가끔 별똥별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위에서 만나는 별똥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아래 하늘처럼 은하수 길이 잘 보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여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걷다보면 야경이 멋진 곳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별똥별을 쉽게 찾는 방법이 하나 있다. 주변을 넓게 관망하면서 물고기처럼 시야를 최대한 넓힌다. 그러면 턱은 당겨지면서 두 턱이 되는 느낌이 온다. 눈동자는 자꾸 움직이게 되는데 이때 시야가 좁다고 느껴지면 빠르게 동공을 좌우 끝으로 계속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십 분 정도 하늘을 보다가 불빛이 감지되는 찰나에 시선을 그 방향으로 집중하면 된다. 그렇게만 하면 별똥별을 가끔 만날 수 있다. 내가 많이 해본 방법이라 확실한데,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은 세상에 먼저 나와 있기 때문에 이것도 누군가는 알고 있을까 봐 걱정된다. 이렇게 별똥별을 찾고 야경에 빠져있으면 밤새는 줄 모른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걱정 없이 모든 것을 버리고 야경에 집중하면 시간은 보이지도 않게 나를 통과해 간다.
인공과 자연이 스며든 야경이 좋다. 어느 것이 별이고 무엇이 불이였는지 알 길이 없지만 눈앞에서 반짝이는 모든 별과 불이 아름답다. 별과 불 모두 자신을 비추다 남는 빛을 나에게까지 나눠주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마주하면서 붉게 물든 레드 와인과 반짝이는 샴페인 한 잔을 곁에 두고 싶다. 다크서클이 그윽해진 좋은 사람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