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하면

자동차 방향지시등 조작의 적시성과 적절성

by 혜남세아

깜빡이는 자동차 방향지시등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자동차 앞뒤 가장자리에 장착되어 있고, 불빛을 점멸하여 신호를 전달하는 장치이다. 차량이 회전을 하기 전에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방향을 알려주거나,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직진을 하겠다는 암묵적인 뜻을 전달한다. 두 개를 동시에 작동하면 비상등이 되어 우발상황에 대해 경고하거나 감사의 표현으로 쓰이기도 하며, 심지어는 마트에서는 주차를 못하고 빙빙 돌고 있음을 알릴 때도 사용한다. 자동차에 장착되어 있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다. 뒤에 따라오는 운전자에게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운전자에게도 중요하며 옆에서 달리는 운전자에게도 가끔 필요할 때도 있다. 차량과 인도가 구분되지 않은 길이나 횡단보도의 보행자에게는 다음 행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깜빡이가 고장 나거나 조작을 잘못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앞서 달리던 차량이 깜빡이 없이 끼어들면 접촉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덩달아 뒤따라 오는 운전자의 흥분지수도 높여준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의 반대편에서 다가오던 차량이 좌회전 깜빡이를 켜지 않고 좌회전을 할 경우 정면충돌하여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 흔하진 않지만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주변 모든 사람들을 한 번에 당황시키는 특별한 행위이다. 깜빡이가 없던 초창기 자동차나 자전거는 이동방향을 알리기 위해 손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요즘에는 자전거에도 깜빡이를 설치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방향성을 알리는 것은 안전과 다음 행동에 대한 효율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특히, 지켜보고 있는 운전자와 보행자가 많은 혼잡한 교차로일 경우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나는 깜빡이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다. 가끔 결정을 못해서 깜빡이를 켜지 않고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서있는 어이없는 상황도 만들었다. 다급한 상황을 인지한 경우 최대한 빠르게 깜빡이를 작동시키려고 노력하지만, 내가 진행하는 방향의 길과 보행자 상태를 따져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깜빡이를 제때 켜지 않는 핑계로 결정하기 전에 심혈을 기울이거나 고려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로 한복판에서 깜빡이도 켜지 않고 서있다는 것은 다른 운전자와 내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적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길 한복판에 서있는 것은 해명할 수 있다. 내가 깜빡이를 켜야 하는 대부분 상황은 혼잡한 도로가 아닌 한적한 농촌길이기 때문이다. 좌회전하면 서쪽에 있는 멋진 들과 산의 풍경을 볼 수 있고, 우회전하면 동쪽에 펼쳐진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으며, 다시 달려온 길을 돌아가도 아늑한 집이 있는 편안한 상황이다. 난 어디를 가도 걱정이 없고 편안하며, 내 주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살아간다.


분명, 누군가는 동일한 상황을 고속도로로 생각할 수 있고, 한가한 농촌길로도 볼 수도 있다. 나와 다른 사람의 상황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결정의 시기와 적절성을 탓하면 안 된다. 자신의 주장을 보편적이고 일반화된 것처럼 조언과 교육이라는 포장으로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고속도로도 아닌 한적한 동네길에서 앞에 차량이 깜빡이를 켜지 않는다며 창문을 내리고 욕지거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하고 도와줄 것이 없는지 물어보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나도 바쁘다는 핑계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스스로 깜빡이를 적시적소에 사용하지 못하면서, 주변에 깜빡이를 켜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면 창문을 내리고 손가락질만 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의 고충을 헤아리지 못하고 제멋대로 지낸 것이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말과 글은 자동차 깜빡이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말과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복잡하고 시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방향 제시가 조금 늦었다고 탓하거나 욕하지 말아야 한다. 차분하게 지켜보고 함께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가벼운 말을 건네주면 된다.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단, 나의 우월감에서 나오는 도움이 아닌 상대방이 진심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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