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나눠준 별과 불(하)

일본 3대 야경에 대하여_하코다테

by 혜남세아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조지아 공화국의 유도 선수 2명이 선수촌을 빠져나와 도쿄를 관광하는 바람에 방역수칙을 위반하여 고국으로 귀국했다. 그들이 찾아간 곳은 도쿄 타워라고 했는데, 일본 영화도 한몫을 했겠지만, 지역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는 지나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일본은 랜드마크에 대한 의미 부여가 과할 정도로 홍보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야경에 대해서도 세계 3대 야경과 일본 3대 야경이라며 여러 장소를 홍보했다. 홍보인 줄 알면서도 멋진 경관을 마주하는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황홀함에 빠져버리게 된다.


가마쿠라에서 도쿄로 이동하면서 촬영한 도쿄타워


내가 처음 황홀한 야경을 만난 것은 일본 최북단의 섬 홋카이도의 항구도시 하코다테이다. 북해도는 대도시 삿포로를 중심으로 관광을 한다. 지척에 있는 오타루는 운하와 오겡끼데스까로 유명하고, 한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조잔케이나 노보리베츠는 온천으로 정평이 나있고, 중앙에 위치한 비에이와 후라노는 눈과 꽃이 멋진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하지만, 전철로 4시간, 버스로는 6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하코다테는 짧은 여행기간 동안 같이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5일 이상 여행할 경우에 추천하는 여행지이다. 하지만, 내가 북해도를 두 번째 방문했을 때 4일의 여행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삿포로에서 하코다테로 6시간이나 심야버스를 타고 무리해서 달려갔다. 단지 야경을 보겠다는 이유 하나로 시작했는데, 아내와 나는 그곳에 흠뻑 취해버렸다. 무리해서 계획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세계 3대 야경'이라는 홍보물이었다. 나폴리, 시드니, 하코다테를 크게 써놓고 연신 3대 야경을 홍보하는 그들의 전략에 보기 좋게 넘어갔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하코다테라는 도시를 알게 되어 고마웠고, 평생 남을 추억을 남겼다. 다시 북해도를 방문해도 하코다테, 비에이, 후라노, 오타루, 삿포로 순으로 방문할 계획이다. 그만큼 매력적인 도시이고 그중에 야경은 화룡점정이다.


하코다테의 야경을 보며 식사하는 멋진 식당


세계 3대 야경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평가하는 단체도 애매모호하고 솔직히 순위를 정하는 것도 그것을 따지는 것도 웃기다. 하지만, 일본의 3대 야경은 의미부여를 좋아하는 그들의 특성에 맞게 '야경 감상사'조건을 통과한 사람을 대상으로 투표하여 선정한다. 지금은 하코다테가 삿포로에 밀렸지만, 3대 야경으로 꾸준히 선정되었던 도시는 하코다테, 고베, 나가사끼로 나는 모두 다녀왔다. 세 곳의 도시 야경은 많이 다르지만, 공통점도 몇 개 있다. 야경은 인공의 멋이 크기 때문에 도심지에 있는 높은 빌딩에서도 많이 관람하는데, 세 곳은 인근에 있는 산에서 야경을 볼 수 있다. 덕분에 로프웨이나 산악기차를 타고 올라가서 전망대까지 이동하는 재미도 더해진다. 세 곳 다 항구도시라는 공통점도 있다. 게다가 시기는 다르지만 세 도시는 아픔을 머금고 있다. 하코다테는 선진문물을 가장 먼저 받으면서 미국과 러시아와 마찰이 많았던 도시이며, 고베는 1995년 발생한 대지진으로 수많은 희생자의 혼이 남아 있는 도시이다. 나가사키는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키는 계기가 된 두 개의 도시 중 하나로 원자폭탄이 투발 되어 쑥대밭이 되었던 장소이다. 세 곳 다 아픔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별빛의 향연이 감성적으로 다가 올 수도 있고, 아니면 그런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도시 조성을 위한 노력이 더해졌을 수도 있다.


나가사끼는 부산의 야경과 비슷하다

세 곳 중 단연 하코다테의 야경이 압도적으로 경이롭다. 하코다테의 야경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본 한반도의 모습 같다. 과거로부터 한반도를 좋아해서 꾸준하게 우리 터전을 침범한 그들은 이 멋진 경관을 보고 비슷한 터전에 살고 있는 우리를 시기해서 만행을 저질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 있는 도시를 따라서 별빛이 비추고, 좌우측에 바다는 하늘과 땅의 별빛들이 비치면서 흐릿한 잔상만 있다.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멋진 풍광이다. 나가사키나 고베의 경우 잘 알고 있는 항구의 야경과 비슷하다. 하지만, 하코다테는 자연의 멋이 도화지가 되어 그려지다 보니 다른 야경보다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그나마 세계 3대 야경이라는 나폴리는 하코다테의 절반을 나눠서 한쪽을 보고 있는 모습과 유사하다. 시드니나 홍콩의 경우는 고베와 비슷하게 항구도시 건물의 불빛으로 이루어진 야경이 중심이 되다 보니 결이 다르다.


고베의 야경은 도시 가까운 곳에서 보는게 더 아름답다




하여튼, 난 아직 '야경 감상사' 자격은 없지만, 그들이 말하는 3대 야경을 전부 다녀보고, 세계 3대 야경사진을 열심히 감상한 결과 내 눈에는 단연 하코다테 야마에서 내려다본 작은 한반도의 모습이 가장 강렬했다. 결정장애가 있어서 매번 선택을 잘 못하지만, 누군가 다시 보고 싶은 야경을 택하라고 한다면 단숨에 대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삶의 정수 같은 곳이 하코다테이다.


하코다테의 한반도와 비슷한 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