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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Aug 12. 2021

미라클 모닝, 100일이 지나다

변화의 시작



 한풀 꺾인 미라클 모닝을 뒤늦게 시작했다. 늦게 시작한 것도 모자라 백일이 지나는 오늘까지 미라클 모닝과 관련된 책을 한 권도 안 읽었다. 미라클 모닝을 함께하는 카페의 공지사항을 보고 멤버들의 다양한 행위를 지켜보면서 눈치껏 따라 하다 보니 어느새 백일이 지났다. 세 달 동안 꾸준하게 했다. 알림글을 보면 휴일에는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꼼꼼하게 안 읽어서 휴일까지 똑같이 적용했고, 몇 주 지나다 보니까 그냥 습관이 되었다. 얼마나 더 지속할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사람들 중 절반 정도만 유지하는 것 같아 늘 불안하다. 백일 떡은 못 돌리기 때문에 내가 왜 미라클 모닝을 했고, 무엇을 어떻게 했으며, 백일동안 얻은 것에 대해 자문자답하고 앞으로의 다짐을 기록하려 한다.




 왜 미라클 모닝을 하지?


 호르몬 수치를 측정한 적은 없지만 마흔이 넘어가면서 호르몬의 변화로 감성이 풍부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면 인정하는 게 속편하다. 그런 연유로 작년부터 다이어리에 일기를 쓰고, 독서를 많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독립 책방에 관심이 갔다. 처음에는 서촌과 북촌, 연남동으로 다니다가 멀기도 하고 불편해서 가까운 곳을 기웃거렸다. 찾아보니 많은 책방이 동네에 있었다. 세상에는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미리 나와있거나 존재하는데, 매번 나만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깨닫는다. 책방 두 곳을 방문해서 책을 샀고, 다른 한 곳은 다음번에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다 우연히 커피를 마시러 돌아다니다 '너의 작업실'이라는 미술관 같은 곳을 지나쳤다. 머릿속에 남겨두었던 그곳이었다.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며칠이 지난 후 다시 방문했다. 책방 느낌이 좋아 인스타 팔로우도 하고 친하게 지내려는 중에 댓글을 남긴 사람의 해시태그에 미라클 모닝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따라가 보니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다양한 행위를 하는 성실한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언제든지 환영하니 메시지를 보내라는 말에 아내 말고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용기내어 DM을 보냈다. 이틀 정도 있다가 카페 가입하는 방법을 포함한 설명글이 하나 왔고, 그 설명에 따라서 진행하다 보니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게 되었다. 보통은 새로운 루틴을 만들거나 삶의 큰 변화를 주기 위해서 시작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명 깊게 읽은 책에 이끌리거나 다른 사람의 추천으로 시작하는데, 난 단지 호기심에서 시작했고 어느덧 백일이 지났다.



 정확하게 뭘 하는 거야?


 미라클 모닝 마스터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동반자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카페지기 김 프리님의 친절한 설명으로 인스타와 카페에 미라클 모닝 기상 인증 첫 피드를 올렸고, 하루에 한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솔직히 초반에는 무엇을 하는 건지 손에 안잡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사진을 찍어 보내고 김프리님이 보낸 준 질문에 내 생각을 대답만 하면 되는데, 뭐가 달라질지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설명에 맞게 피드에 미라클 모닝과 미라클 모닝 챌린저를 해시태그하고 계정을 공개했는데, 거기서부터 영감을 얻기 시작했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반복된 행동을 하는데, 독서, 방송, 필사, 운동, 명상 등 스스로 좋아하거나 원하는 것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면서 공유했다. 나는 미라클 모닝을 하기 전부터 독서, 달리기, 글쓰기를 했기 때문에 달라진 것은 아침 기상 인증과 생각의 공유 정도로 무난하게 따라갔다. 때마침 10년 글쓰기를 하겠다는 생각이 떠올라 피드에 올린 글을 공개하는 것으로 실천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인스타 피드에 짧은 글을 매일 게재했다. 그리고, 아침 질문에 대한 답변도 꼬박꼬박 하다보니 내 머릿속에서 미라클 모닝의 틀이 갖춰지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날 때 즈음 '너의 작업실'이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글쓰기 모임에 관한 공지가 눈에 들어왔다.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보람된 삶을 추구하는 미라클 모닝 프레임으로 갖춰진 내 머리보다 빠른 손에 의해서 가입 신청서를 입력하고 전송되고 있었다. 그렇게 유월부터는 매일 글쓰기와 미라클 모닝이 콜라보를 이루면서 새벽시간을 바쁘게 만들었다. 거기에 더하여 아내의 응원이 가장 큰 동력을 주었다. "우리 남편은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써. 어떤 남편은 술 먹고 그시간에 들어오는데..." 비교하면 안 되는데, 이런 힘을 주는 멘트에다가 "당신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아침에 눈뜨면 그것부터 찾게 된다."의 양념이 버무려지면서 강력한 동력을 얻었고, 백일간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었다. 인스타에 게재하는 글을 읽는 줄도 몰랐던 친구, 사촌, 동료들까지 격려해주고, 연락하는 것을 보고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변화가 있었어?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기 전부터 계속하던 달리기와 글쓰기, 독서의 체계가 잡혔고, 특히, 아침 글쓰기를 통해서 많은 것을 얻었다. 백일 간 변화가 있었던 것을 뽑는다면 크게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첫째, 사람을 얻었다. 미라클 모닝을 처음 이끌어준 김 프리님과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하면서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요즘은 동반자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너의 작업실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결국 미라클 모닝을 백일 간 할 수 있게 해 준 장본인이다.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폴리 매스 같은 사람이다. 글쓰기 모임 '작담'멤버들 역시 든든한 식구가 되었다. 다행히 최근에 몇 분과 인사를 나눴는데, 아쉽게도 다른 분들은 필명이나 이름만 알고 있다. 하지만 두 달 정도 글을 나누다 보니 각자의 삶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서로 격려와 응원을 하면서 많은 힘을 주고 있다. 심지어는 존경심마저 든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얻었지만, 무엇보다 아내의 믿음과 신뢰가 더 깊어졌다.

 둘째, 기록을 남겼다. 인스타 피드도 많아졌고, 사진과 글도 조금 더 세련되게 기록한다. 내 생각일 수도 있다. 페이스북도 연동해서 공유하기 때문에 심폐 소생했다. 에세이라고 분류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100여 편의 글도 남겼다. 50여 편은 브런치로 발행했고, 나머지는 퇴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중 20개만 묶어도 나 혼자 만족하는 책으로 엮을 수도 있으나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고 앞으로 더 꾸준하게 써서 수준을 높인 다음에 천천히 생각해볼 일이다. 게다가 브런치의 구독자나 인스타 팔로우도 많이 늘었다.

 셋째, 삶의 동력을 얻었다. 손에 잡히지 않았던 내 생각이 글을 통해서 정리되고 다시 내 글을 읽으면서 사고가 진화하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한 문장을 완성하기 급급했었는데, 지금은 특정 소재에 대한 내 생각을 1,000자 또는 2,000자씩 앉은자리에서 가볍게 적을 수 있다. 실제로 하루에 2,000자 정도의 글을 쓰는 것은 습관이 되었다. 오히려 읽기 편하게 2,000자 이하로 작성하고 있다. 달리기와 비슷한데, 요즘 5km 달리기는 대화하면서도 가능하다. 그러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충만해졌다. 한 때 번 아웃과 자존감 결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떤 것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꾸준함만 있으면 못 이룰 게 없다는 확신도 생겼다. 더하여 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쳇바퀴 도는 듯한 삶과 틀에 박혀 팍팍할 것 같은 분위기를 싫어하여 루틴을 부정했는데, 내가 하고 있는 게 루틴인지라 이제는 그만 인정하고 정해진 시간에 기상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깨어있을 때 활발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잠들기 전에 수면 의식을 하고 적절한 수면시간과 방법을 유지해야겠다. 또한, 글쓰기 플랫폼에 한정하지 않고 블로그나 다른 기반체계를 활용하여 기록하는 것도 추진하고 싶다. 글쓰기와 관련된 영역도 확대하려고 한다. 지금 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이 꾸준하게 진행되면 좋겠지만, 2년 전 코로나 등장으로 인해 새로운 세상을 맞이했듯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글을 쓰고 나눌 수 있는 부분도 확대할 필요성을 느낀다. 무엇보다 일과 취미의 밸런스를 잘 조절해야한다. 일에 너무 치중하거나 취미에 빠져있는 것도 다른 한쪽에서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삐그덕 거리지 않을 만큼 잘 조절하는 게 현명하다.




 수년간 미라클 모닝을 한 사람도 있고, 평생 글쓰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 막 백일이 지나 뒤집기나 할 줄 아는 갓난아기가 말하며 걷겠다고 하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걱정을 한다. 많은 사람들의 기우를 알기에 지금은 꾸준하게 내가 하던 것을 이어 갈 것이다.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하게 갈 수 있도록 오늘처럼 중간에 의미를 부여하여 삶의 재미를 찾기 위해 몰입한다면 반드시 손에 잡힐 수 있는 행복의 양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게 잘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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