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브레이킹'

프레젠테이션 성공 비법

by 혜남세아

'아이스 브레이킹'

프레젠테이션이나 회의 전에 얼어있는 분위기를 깨트리기 위해서 가볍게 던지는 위트가 섞인 도입부 또는 들어가는 말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프레젠테이션 또는 발표의 결과가 크게 좌우된다. 가끔 아이스 브레이킹만으로도 보고자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경우도 있다. 가볍지만 결코 쉽지 않은 아이스 브레이킹에 정성을 다하면 큰 울림을 전해 주고 성공적인 브리핑이 될 수 있다.





브리핑 지도를 수년간 했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을 극히 혐오하는데, 지시에 의해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십수 년간 브리핑을 해왔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으나 전문 기술을 배운 적은 없었다. 방송학과나 관련 전공수업을 들은 적도 없고 아나운서나 리포터들에게 특강을 받은 적도 없었다. 단지, 내가 교육받을 때 교육자들로부터 배웠던 것과 십수 년간 생존을 위해 많은 사람 앞에서 지저귀던 것들이 모여서 나름의 관을 형성했고, 평소 재잘거림을 많이 하는 편이라 어렵지는 않았다. 목소리 톤은 조금 낮고 말의 속도는 약간 늦은 편이며, 사투리나 발음으로 불편을 겪지는 않았다. 다만, 필요에 의해서 기존에 정립된 전문자료를 책으로 체득하고 교육했다. 최근 함께 일하는 제자가 브리핑으로 칭찬받고 내게 다가와 '당신 덕분입니다'란 인사치레를 했는데, 기분이 좋아서 크게 웃던 생각을 하면 아직도 난 속물인가 보다.



브리핑은 본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스 브레이킹에 대해서 가르치는 것은 금기시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지도할 때 아이스 브레이킹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언급하고 가끔은 아이스 브레이킹에 대한 내 생각을 전달하기도 했다. 내가 거쳐간 조직에서는 최근 아이스 브레이킹의 중요성을 가르친다고 연락받았다. 아내도 비슷한 교육을 받았는데, 내게 연락하여 가르쳤던 과목에 대해서 물어보면 '스스로 학습'하라고 매몰차게 거절했지만 발표가 있기 전 아이스 브레이킹에 대해서는 가끔 조언을 했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스 브레이킹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적도 있었지만, 시작 전부터 분위기를 망쳐서 브리핑 자체가 크게 흔들렸던 적도 있다. 하지만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동안 많은 경험을 통해서 아이스브레이킹을 유형별로 나눌 수 있게 되었고, 브리핑에 좋은 영향을 주는 아이스브레이킹을 정립할 수 있었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유형별로 나눈다면, 자기소개형, 장기자랑형, 검색엔진형, 박사형, 레크리에이션형 그리고 인트로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기소개형은 새롭게 시작하는 조직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많이 한다. 발표하기 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리는 목적으로 진행하는데, 인생이 기구하거나 특별한 경험이 있으면 좋은 반응을 받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작부터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장기자랑형은 용기 있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데, 시를 낭독하거나 마술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는 노래까지 하는 경우도 봤다. 장기자랑 시간이 아니어서 자제하는 것이 좋지만 꼭 하고 싶다면 발표 주제와 맞는 장기인지 한번 고민 후 진행하는 게 좋다.


검색엔진형은 가장 흔하다. 시작부터 "제가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서 검색한 유머인데요"로 시작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다른 형태를 모두 포괄하는데, 중요한 것은 포탈에서 알려준 것을 자신의 것으로 제대로 체득해서 전달해야 성공한다. 하지만, '네이버가 이렇다고 합니다'처럼 주인의식이 결여된 결론을 내면 발표자보다 스마트폰을 보고 싶게 만든다.


박사형은 호불호가 있다. 좋은 정보를 친절하게 전달해 주는 경우는 그나마 괜찮은데, 자신만 아는 분야를 재미없게 하면 시작부터 발표자의 브리핑을 들으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잘 모르지만 들어본 적은 있고 유용한 정보를 찾아서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시작할 때 '000을 아세요?'라고 가볍게 질문하면서 시작하면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레크리에이션형은 인기가 많고 성공 확률이 높다. 베스트셀러 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 중에 '놀이'란 챕터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창의적인 생각을 이끌고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데는 상당히 효과가 있다. 치명적인 단점이 두 가지 있는데, 첫째는 대부분의 발표자가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아니다 보니 어색하게 진행될 수 있는 점이며, 둘째는 레크리에이션이 끝났으니 집에 가자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과하지 않게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인트로형은 가장 성과가 있었던 유형으로 작명부터 고심했다. 브리핑이 시작한 다음 인트로가 진행되는 게 맞지만, 난 아이스브레이킹을 인트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트로형이라고 분류했다. 가볍지만 쉽지 않은 아이스브레이킹이라는 것이 이런 연유에서 언급한 것이다. 내가 브리핑할 자료의 핵심 요소와 어울리는 아이스 브레이킹을 할 경우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전혀 다른 주제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것도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좋을 수도 있으나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목적이 정적인 분위기를 깨트리고 새롭게 시작할 브리핑에 집중 시키 위함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내용을 잘 전달하고 보고를 받는 사람의 결심을 끌어내야 하므로 아이스브레이킹부터 발표 내용까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능하면 몇 가지 복선을 아이스브레이킹에 포함하면 마치 소설처럼 브리핑에 몰입되고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다.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인데, 가장 좋은 방법은 발표자료와 연관되는 책 또는 경험을 찾아서 가볍게 언급하면서 다른 유형들을 골고루 섞어서 사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웃고 즐기는 소통과 공감의 시간에 자신의 부서를 홍보하는 시간이라면, 소설 '아몬드'가 적당할 것 같다.


- 혹시 소설 아몬드 아시나요? (박사형에서 질문하는 방법으로 시작한다)

- 제가 최근에 읽고 있는 소설인데, 뇌 속에 들어 있는 편도체를 아몬드로 비유합니다. (아는 척)

- 편도체의 역할이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인데, 소설 속 주인공은 편도체의 크기가 작아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감정 불능증 환자 알렉시티미아입니다. 어려서 사랑하는 사람을 큰 사고로 잃었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표지에 나와있는 주인공 얼굴을 보면 바늘로 찔러도 표정 하나 바뀔 것 같지 않답니다.

- 편도체가 무슨 역할을 한다고 했죠? (질문으로 호응을 유도한다)

- 자신 옆에 계신 분이 편도체가 얼마큼 될지 표정만 보고서 평가해보세요? (참여하도록 진행한다)

- 브라질 너츠 같다고요? 또 어떤가요? 아몬드, 땅콩, 잣? 뭐라고요? 표정에다 잣 같다는 표현은 하니까 어감이 좀 상스럽죠!

- 여러분들도 소설 아몬드 속 주인공처럼 알렉시티미아 환자인지 오늘 제가 발표하면서 한 분 한 분 표정을 확인하겠습니다.

- 그럼, 여러분의 큰 박수와 함께 지금부터 우리 의무과를 소개하겠습니다. 벌써부터 알렉시티미아 환자가 몇 분 보입니다. 웃으면서 경청해주세요!




사실 위 내용은 어제 아내가 물어와서 내가 카톡으로 보내줬는데, 채택되지 않은 내용이다. 아내의 회의는 화상회의였다. 적당하지 않은 아이스브레이킹 소스였다. 하지만 누군가는 한 번쯤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록으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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