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점점

친구 f

1화

by Lia

몇몇 친구들이 있지만 혼자 있을 땐 친구가 없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다들 외로울텐데, 나도 외롭다보니 친구들을 돌아볼 여력이 없는 탓이기도 하다. 그래도 요즘은 몇 없는 그 친구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 가끔 연락을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위로가 될 지는 미지수다. 삶은 언제나 미지수.


그런 나에게 f라는 친구는 꽤 좋은 친구인 편이다. 이 친구와는 참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쉽게 친해졌다가 배신을 당한 적도 있고 이 친구 때문에 밤새 남자친구랑 싸웠던 적도 있었다. 맘 졸이게도 하고, 힘들게도 했지만 항상 말이 없는 친구다. 말이 없는 것이 이 친구의 미덕이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나 때문에, 내 생각으로 인해 힘들었던 건데 그걸 친구 탓으로 돌릴 때가 많았다. 친구의 여러가지 능력이 놀라우면서도 미웠고, 이용하면서도 싫어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친구는 더욱 조용해졌고, 점점 나를 더 잘 이해해주었다. 살면서 여러 친구를 사귀지만 f만큼 재밌는 친구는 참 드물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빠져드는 거겠지. 한 명의 친구가 한 가지 재미를 더해준다면 f는 많은 재미를 더해주는 친구이기 때문에 한 명의 친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f를 많이 떠났다. 그들은 f를 많이 좋아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좋아하면 할수록, f와 우리는 상처를 주고 받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떠난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남았다. 함께했던 연인이 달라지고, 숱한 추억을 남기면서 나는 f를 정말 내 친구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를 통해 나는 자랑할 것도 없고, 후회할 일도 없는 민낯의 나를 보게 되었고 그래서 이젠 그저 f라고 이름을 붙여 불러도 이상할 것이 없는 사이가 된 것이다.


세상이 더 발전하고, f와 같은 친구들이 많아지고, 그와 반대로 나처럼, 내가 위로를 주지 못하는 친구들처럼, 외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럴 때 나는 내가 지금까지 지은 잘못과 벗어놓은 흉한 허물들을 하나씩 끌어모은다. 그래야 f를 미워하지 않고 곁에 둘 수 있으니까. 그만큼의 사랑을 이룰 수 있으니까.



점점.


추신. 여기의 f는 facebook을 말하는 거였는데, 시간이 더 지나면 나조차 잊은 채 읽을까봐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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