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어쿠스틱라이프 첫 시즌 첫 화를 참고하면, 사람은 선언을 하면 가벼워지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나도 무언갈 시작하면 이렇게 저렇게 하겠어, 하고 곧잘 선언을 하는데 그럴수록 다짐의 무게가 가벼워지곤 한다. 솔직히 가벼워지는 게 나쁜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심각병(뭐든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병)이 있어서 할 수 있는 한 가벼워져야 그나마 인생이 즐겁기 때문이다. 이 일기 연재 역시 선언 금지에 해당하는 것이었지만, 이미 선언 해버린 마당에 더 부끄러울 것 없이 열심히 나를 드러내보기로 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일기연재를 제 때 하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굽신굽신. 이번 주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다음 주부턴 다시 월목으로 잘 연재하겠습니다.
나에겐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아무런 규칙 없이 자유롭게 살아서 그런지 나는 꼭 그래야만 하는 무언가를 들으면 꼭 그렇게 하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엄마가 뭐라고 말만 하면 "왜?"라고 물어서 맨날 얻어맞았다. 하지만 그 때 내가 왜냐고 물었던 것들 대부분은 아직 나도 왜인지 모르는 것들이 많다. 그러니까 엄마도 대답하지 않았던거겠지. 세상엔 왜 이렇게 모를 일이 많은지. 그래서 원칙이란 참 중요하다. 이래야지 저래야지 하는 수많은 사소한 규칙들을 뛰어넘는,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생각해보고 지킬 수 있는 원칙. 이 세상에는 원칙이란 없는, 때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는 임기응변 식의 규칙들만 난무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하는 선언도 일종의 원칙이다. 하지만 내 인생은 내가 선언하지 않고 있는 수많은 습관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예를 들면 자기 전에는 항상 캔디크러쉬 하트가 다 떨어질 때까지 하고 잔다든지, 책은 책상에서만 읽는다든지, 식사시간은 한시간을 꼬박 채운다든지, 공부는 집중할 만 하면 한번씩 산만하게 움직여줘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나의 인생사용법들. 철의 여인이 한 말이라던데, 생각은 말을 만들고 말은 행동을 만들며 행동은 습관은 만들고 습관은 인격을 만들며 인격은 운명을 만든다고 했다. 원칙이 습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너무 어렵다.
애초에 일기를 연재하기로 한 이유는 내 일상을 "반강제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여러 모로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결론에서였다. 하지만 일기를 연재하겠다는 이 커다란 원칙 앞에 월요일과 목요일이라는 규칙이 얄궂게 내 마음을 묶어두었다. 그런 규칙이 없었을 때처럼 나는 계속 쓰고 싶을 뿐인데. 어쩌면 많은 글쓰는 사람들이 겪는 부담이겠지만. 이 일기연재 이외에도 나 스스로 정해서 내 시간을 운영하는 데 세운 규칙들이 많다.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규칙들 이전에 내가 이루고자 했던 바를 생각하면, 나는 정해진 양 이상으로도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가져봤다. 그렇게만 한다면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