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점점

데이그램

3화

by Lia

정말 진심으로 오늘이 월요일인 줄 알고, 이번 주도 시작이구나, 하며 헬스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문득 오늘은 화요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확인해보니 세상에, 정말 화요일이었다. 지난 주말 내내 이번 점점 3화로 무엇을 쓸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게 48시간이 아니라 60시간이었다니! 나는 멍청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 나는 바보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사실 얼마 전까지 멍청함을 인정하지 않았었는데, 데이그램Daygram이라는 앱을 사용한 후론 내가 인정할 필요도 없이 버젓이 드러나버렸다. 만천하에. 나의 멍청함이! (물론 데이그램은 혼자 쓰는 앱이다……)


데이그램은 매우 심플한 약 천 원짜리 앱인데, 일기나 하루의 단상을 남기기에 좋다. 요일별로 귀엽게 모이고, 일기를 쓰지 않은 날은 점으로 표시된다. 처음 앱을 산 후 약간의 의무감에 이 주 정도 열심히 하루하루를 기록했다. 그런데 모아놓고 보니 세상에 이런 바보, 찌질이가 있다니 하고 자괴감이 밀려왔다. 처음엔 오예, 내가 쓴 일기들~ 얼마나 멋진 글을 써 놓았을까~ 후후훗, 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읽어보곤 했지만 지금은 앱을 켜기가 두렵다. 또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만 했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요 며칠 나는 감정에 휘둘려 게으르게 살았다. 연재하겠다는 일기도 내팽겨치고 찌질한 일기만 썼다고! 누군가 나를 채찍질해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미 내 마음이 자괴감으로 너덜너덜해졌다. 요사이 이전에 내가 쓴 글들(예를 들어 https://brunch.co.kr/@i2romeonj/5)은 몹시 의지가 강하고 마음이 굳센 사람의 글처럼 보여서, <점점>에 연재하는 글이 참 나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강해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마음을 점점 더 닫고, 주변 사람들에 무관심해졌던 것 같다. 그래서 물론 지금 내 상태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이렇게 연약한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상툰처럼 가볍고 부드러우며 친근한 일기를 연재하고 싶었다. 다행히 몇몇 분들이 이런 찌질한 글을 구독해주시고 있고, 어쩌면 일면식도 없는 당신에게 나는 더 솔직할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자퇴를 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동안 만들었던 가면을 모두 벗고 진정한 나를 찾아보는 일이었다. 뭘 해야 할지 몰라 머릿 속도 새하얬고, 마음도 그처럼 새하얗게 만들고 싶었다. 지우는 일. 그게 날 강하게 해주었다. 그러니 이토록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기 연재가 나를 강하게 해주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봤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난 좋을 것이다.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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