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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a Mar 31. 2018

충분하다

70화

최고로 강한 멘탈과 체력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그만큼 내가 약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거뜬하게 잘 지내고 있어도 나는 언제나 충분히 힘든 상태다. 그래서 알려주고 싶은 건, 일부러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나에게 스트레스를 더할 필요가 없잖아. 그러고 싶은 게 아니라면.


책방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 때로 슬퍼진다. 내 수업은 별로 특별할 게 없는데,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좋아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을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그 아이들이 이걸 너무 좋아함으로서 반증하는 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때때로 아주 가끔은 아이들이 이 수업을 단지 너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엄마들은 이 수업이 너무 쉽거나 무익하다고 오해한다. 마음이 그냥 그 마음으로 가 닿지 않는 문제는 언제나 나를 괴롭힌다. 아이들이 아무리 즐거워하고 행복해하여도, 아이들은 항상 충분히 힘들다.


그래도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오롯이 나만의 몫. 마음에서 불평불만이 온갖 형태로 터져나와도, 그걸 들어주는 사람 역시 나 뿐이다. 우스갯소리처럼 지나가듯 살며시 내려놓을 뿐, 여태까지 그랬듯이 내 삶에 가장 진지한 사람은 나. 나도 다른 사람의 삶에 필요 이상으로 진지해질 수 없다. 다만 아주 조금씩 그 불필요한 불만을 가라앉히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마음을 비울 뿐. 예민하고 섬세할수록 무디고 두꺼운 표정으로 반응해야지.


이렇게 아이들에게 알려준다. 너의 친구는 너. 너를 돌볼 사람도 너. 나는 도와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미안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도와줄게. 최선을 다해볼게. 그리고 나에게도 속삭인다. 나만 나한테 잘하면 된다. 나 자신만. 그러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진다고.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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