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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a Jun 16. 2018

나의

73화

일상 산문이라는 걸 연재하려고 시작했던 브런치인데 언젠가부터 일상적으로 매우 보기 드문 업데이트 글이 되는 것 같아서 다시 정기연재를 하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으로 시작하는 게 좋을 듯 하여 일단은 금요일에 글을 올려보기로 한다. 한동안 구독자가 거의 늘지 않았는데 최근에 몇 분이 생기면서 책임감이 생겨버렸다. 감사합니다...


최근에는 내 것에 대한 상념을 좀 가지고 있다. 나는 예전에 프랜차이즈 커피샵은 가지 않는 애인을 둔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니까 스타벅스에서도 몇 번 만났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세상에는 프랜차이즈를 싫어하고 개인이 동네에 차린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나도 꽤 그런 편 중에 하나였는데, 특히나 서점을 차린 후로는 온라인 서점, 대형 서점보다 작은 동네 서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좋았고 나도 그런 영세 상인들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싶었다는 건 요즘 의심이 좀 들었기 때문이다.


다름이 아니라 나의 작은 의심은 이 질문이다. 인간이란 과연 '내 가게'에 오는 사람에게 친절할까, '나랑 상관은 없지만 내가 월급/돈을 받는 가게'에 오는 사람에게 친절할까?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더 붙어야 좀 더 그럴싸한 질문이 되는데, 인간을 한국인으로 바꿔야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보통의 개념으로서는 사람이란 원래 자기 것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이 있어서 내 가게에 오는 손님들에게 친절할 것 같은데, 내가 겪은 바 서울은 별로 통하지 않는 개념인 것 같아서다. 이건 내가 얼마 전에 동네 카페에서 쫓겨나듯 나와서이기도 하다...


'내 가게'라는 말은 좀 더 책임감이 담겨있는 듯 하지만 고집도 느껴진다. 내 가게니까 내 마음이야! 인 셈이다. 하지만 그냥 종업원이라면, 어차피 내 가게도 아닌데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할 수 있다. 그쪽 가게니까 뭐 그쪽 마음대로라는 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왠지 가기 싫은 느낌이 드는 거다. 물론 내 존재가 그닥 가치가 없으니까 그쪽 마음대로 하는 거겠지만 말이다. 스타벅스는 절대 자기네 마음대로 날 몰아세울 권리가 없단 말이지. 내가 아무리 삼사인용 테이블에 노트북과 책을 퍼질러놓고 스마트폰을 하고 있어도...! 이게 앞서 말한 내가 동네 카페에서 쫓겨나듯 나온 이유는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래서 진상도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소위 손님은 왕이다, 식의 서비스가 진상왕을 만드는 법이다.


어쨌든 내 서점을 내 마음대로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나를 쫓아 낸 동네 카페 사장님을 이해하기란 아주 쉬운 일일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그게 벌써 한 달 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과연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을 더 사랑하기가 쉬울까, 자기랑 상관없는 사람들을 사랑하기가 쉬울까? 내 말은, 나는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을 사랑하기가 더 어렵단 거다. 참고로 스타벅스 앱도 설치하고 카드도 등록하고 돈도 넣었다.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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