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예전에도 잠깐 언급했는데 나에게는 심각병이 있다. 며칠 전부터 우리 집 첫째 고양이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이유는 평소에는 싫어도 잘 먹던 밥을 너무 먹기 싫어했기 때문이다. 아직 아기지만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벌써 십이년이나 흘렀고 아직 아기지만 사실 할아버지인 고양이를 보며 마음이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다.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은 녀석을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다. 채혈을 해야하는데 사납게 굴었다. 아마도 겁먹어서인 것 같았다. 나와 엄마는 아이를 껴안고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결국 진정제를 조금 맞고 치료실에 혼자 들어가 채혈을 받았다. 채혈하는 동안 안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서 나는 치료실 유리문 안을 까치발로 바라보았다. 의사 선생님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만 보였지만 눈을 뗄 수 없었다.
엄마는 동네 동물병원에 와서인지 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잘 못 보는 것 같다고 걱정을 했다.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엄마는 죽은 게 아니냐고 걱정했다. 나는 마음이 무너지는 듯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에게도 심각병이 있는 듯 하다. 치료를 마치고 진료실로 들어가니 아기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새카매진 눈동자를 보니 그 깊은 어둠 속에 빠져들고 싶었다.
의사선생님에게 우리 아기가 많이 힘들게 했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조금 힘들었지만 괜찮다며, 아주 다정하게 진료를 봐 주었다. 검사 결과가 많이 안좋아서 선생님은 그냥 보낼 순 없다고 수액을 제안했다. 나는 고양이가 수액을 맞는 동안 마른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수액을 맞은 후에도 의사선생님이 몇가지 영양제를 더 주었다. 어린 고양이라면 특별히 더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있어 어떤 도움이라도 받으면 좋으리라 생각했다.
찐아는 나보다 먼저 죽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는 당연히 해야한다. 하지만 그 마음의 준비를 하기 때문에 더 슬퍼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없을 수도 있는 그 존재가 아직 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아직 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아직 내 곁에 있다. 나는 찐아의 죽음을 심각하게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건 죽음을 미뤄주지 못한다. 찐아는 그 동안 내 삶에 정말 많은 행복을 주었고, 내가 몰랐던 삶을 알려주었으며, 나에게 더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고, 다른 어떤 고양이보다도 특별한 고양이였다. 이런 기쁨의 존재를, 단지 떠나보내야한다는 이유만으로 슬퍼하고 싶지 않다.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