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점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a Sep 14. 2018

칭찬은 고래를 힘들게 한다

83화

작은 책방을 하는 사장인 나. 사장이라서 힘든 점을 하나 꼽으라면 망설일 것 없이 동기부여(셀프 모티베이션..)가 정말 셀프라는 점을 꼽겠다. 칭찬을 듣고 싶지도, 들어야 힘이 나는 것도 아니지만 스스로는 계속 잘 하고 있고, 잘 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야만 하는데 그걸 셀프로 한다는 건 쉽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많이 벗어나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칭찬, 믿음, 기대같은 것으로 밑바닥을 많이 채운다. 그런 사소한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 위해 또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생기는 크고 작은 동기부여가 하루하루의 바닥을 채워주는 셈이다. 어른이란 때때로 감당하기 힘들만큼 너무 큰 기대와 믿음을 받지만, 어떨 땐 아무도 칭찬도 믿음의 표시도 하지 않는 것에 쓸쓸할 수 밖에 없는 걸까. 


그래서 이제서야, 너무 늦은 건가 싶은데, 사람들이 '수고했다'는 말과 '고생했다'는 말에 위로를 받는 걸 공감하게 되었다. 그런 노래가사, 그런 책, 그런 그림, 스쳐만 봐도 지겨워했던 나도 그런 가사를 찾아 듣고, 그런 그림을 바라보고, 그런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구나. 이렇게 배워간다고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막연히 잘 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것 말고 나를 다시 일으켜 줄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몇 가지가 떠올랐는데, 그 중에 하나를 글로 써본다.


그것은 이렇게 가만히 앉아 글을 쓰는 것이다. 엉킨 실타래처럼 막막하게 복잡한 마음을 가만히 앉아서 매듭 하나씩 풀듯이 한글자씩 써 보는 것. 잘 쓰지 못하고 쓰는 게 전혀 재미 없을 때에도, 다 쓴 뒤엔 언제나 책장이 한 장 넘어가듯 과거가 과거가 되고 지금이 지금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글을 쓰고 또 써서 과거를 과거에 남겨두려고 노력했나보다. 더 좋은 건 그렇게 많은 글을 써 두었기에 책장을 다시 뒤로 넘겨 그 때를 돌이켜 바라볼 수 있다는 점. 글을 쓰지 않고 흘려보낸 날들이 아깝다고 생각할만큼, 나에겐 힘을 주는 일이다. 이렇게 다시 오늘을 보내고, 이번 주의 페이지를 넘기면 다시 나에겐 백지처럼 하얗고 무서운 내일이 있다.


점점.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