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작은 책방을 하는 사장인 나. 사장이라서 힘든 점을 하나 꼽으라면 망설일 것 없이 동기부여(셀프 모티베이션..)가 정말 셀프라는 점을 꼽겠다. 칭찬을 듣고 싶지도, 들어야 힘이 나는 것도 아니지만 스스로는 계속 잘 하고 있고, 잘 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야만 하는데 그걸 셀프로 한다는 건 쉽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많이 벗어나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칭찬, 믿음, 기대같은 것으로 밑바닥을 많이 채운다. 그런 사소한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 위해 또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생기는 크고 작은 동기부여가 하루하루의 바닥을 채워주는 셈이다. 어른이란 때때로 감당하기 힘들만큼 너무 큰 기대와 믿음을 받지만, 어떨 땐 아무도 칭찬도 믿음의 표시도 하지 않는 것에 쓸쓸할 수 밖에 없는 걸까.
그래서 이제서야, 너무 늦은 건가 싶은데, 사람들이 '수고했다'는 말과 '고생했다'는 말에 위로를 받는 걸 공감하게 되었다. 그런 노래가사, 그런 책, 그런 그림, 스쳐만 봐도 지겨워했던 나도 그런 가사를 찾아 듣고, 그런 그림을 바라보고, 그런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구나. 이렇게 배워간다고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막연히 잘 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것 말고 나를 다시 일으켜 줄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몇 가지가 떠올랐는데, 그 중에 하나를 글로 써본다.
그것은 이렇게 가만히 앉아 글을 쓰는 것이다. 엉킨 실타래처럼 막막하게 복잡한 마음을 가만히 앉아서 매듭 하나씩 풀듯이 한글자씩 써 보는 것. 잘 쓰지 못하고 쓰는 게 전혀 재미 없을 때에도, 다 쓴 뒤엔 언제나 책장이 한 장 넘어가듯 과거가 과거가 되고 지금이 지금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글을 쓰고 또 써서 과거를 과거에 남겨두려고 노력했나보다. 더 좋은 건 그렇게 많은 글을 써 두었기에 책장을 다시 뒤로 넘겨 그 때를 돌이켜 바라볼 수 있다는 점. 글을 쓰지 않고 흘려보낸 날들이 아깝다고 생각할만큼, 나에겐 힘을 주는 일이다. 이렇게 다시 오늘을 보내고, 이번 주의 페이지를 넘기면 다시 나에겐 백지처럼 하얗고 무서운 내일이 있다.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