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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a Nov 27. 2018

84화

종종 내 마음 속이 진공상태처럼 느껴진다. 공기가 없기 때문에 그 곳엔 바람도, 소리도 없다. 내가 아무리 크게 외쳐도 공기가 진동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완전한 고요에 갇혀있다. 그냥 조금 뛰어보기만 해도 한없이 한없이 올라가기만 하고, 붙잡을 사람도 붙잡을 곳도 없다. 몸부림쳐도 그저 나만의 외로운 아우성일 뿐인. 숨을 쉴 수 없고 숨을 쉬려고 해서도 안 되는.


그럴 때 여기에 글을 쓰러오는 건가 싶어 아쉽다. 또 얼마 간은 이 곳에 글을 쓴다는 걸 많이 의식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내가 화를 내기 위해, 푸념을 다 쏟아내기 위해 글을 쓰지는 않는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오히려 그런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워서 더 심한 감정의 골을 지날 땐 쓰지 못하기도 하지. 지금은 잠깐 발을 헛디뎌 조금 미끄러졌다고나 할까.


생명은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호흡을 익히고 호흡을 통해 살아간다. 어떤 방식으로든 호흡을 하는 것이 살아있음의 증거가 된다. 마음도 똑같을 거다. 살아있으면 호흡을 해야하니까 숨 쉴 공기가 없으면 어디서라도 찾아 숨을 쉬려고 하겠지. 그게 어떤 것이든 정말 숨통의 의미라면, 그리고 그걸 안다면,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계속 살아가야 하기에 그 숨통은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것이 된다. 존재를 위한 일이니까.


때론 숨 쉬는 법을 배울 필요도 있지 않나, 싶다. 내가 진공상태를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 순간적으로 내가 숨쉬는 법을 까먹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어떤 막막한 순간에도, 숨 쉬는 법을 잊지 않으려면 연습을 많이 해두어야겠지.


내가 있는 공간이 숨막히는 곳이 아니기를. 내가 누군가에게 숨이 막힐 듯한 고통이 되지 않기를. 나에게 허락된 숨을 제대로 쉬며 살아가기를.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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