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나는 꿈 속에서 이게 꿈이라는 걸 아는 경우가 많다. 거의 90%. 하지만 꿈이라는 걸 안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꿈을 꾸지는 못한다. 꿈은 꿈대로 진행되고 꿈 속의 나는 이거 꿈이네, 얼마나 더 잘 수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한다. 또 꿈이라는 걸 아니까 몰입이 되지 않아 악몽이나 행복한 꿈은 꾸지 못하고, 재밌는 꿈과 재미없는 꿈만 꾼다. 어제는 좀 재밌는 꿈을 꿨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온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나는 그녀의 이름을 따서 블로그를 만들었다. 일종의 사건 추리 블로그였다. 좀 뜬금없지만 나는 그 블로그에서 만난 몇 사람들과 제주도에 놀러갔는데, 실제 제주도 집과 완전히 다른 나만의 집이었다. 마침 아주 높은 해일이 와서 집 앞까지 파도가 밀려왔다. 마치 바다 한 가운데에 집이 있는 것처럼, 집 주변이 온통 파도에 휩싸여 있었다. 나는 손님들에게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설명했다. 한 사람이 올 때마다 새로, 몇 번씩이나. 이쯤에서 이게 꿈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바닷물이 너무나 영롱한 청록색이어서, 이런 바다를 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인 듯했다.
그리고나서는 집에 온 손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안전하게 목숨을 지킬 수 있는지를 매우 침착하게, 왜냐하면 이젠 꿈이라는 걸 아니까, 설명해주었다. 손님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후 나는 내 방에서 혼자 그 블로그를 켜서 연쇄살인범에 대한 조사를 하던 중이었다. 불현듯 펜언니의 고등학교 동문 사이트에 접속이 됐다. 거기는 동문들만 이용하고 외부인은 접근이 불가능한데, 왜인지 접속이 되어 있어서 펜언니가 올린 글을 확인했다.
문제는 펜언니가 올린 글 중에 내 블로그의 글을 링크해 놓은 게 있었던 것이다. 대략 '내 동생이 하는 블로그인데 재밌다'는 내용이었다. 동생이 익명으로 하는 연쇄살인범 추리 블로그를 왜 공개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매우 순수한 의도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여기서부터 오, 꿈이 좀 재밌는데, 하며 댓글을 확인했는데, 꿈인 줄 알면서도 깜짝 놀라버렸다. 바로 그 연쇄살인범이 댓글을 달아놓은 것이었다. 심지어 매우 밝게, "어머, 여기 나 찾는 블로근데! 언니 여동생분이 그렇게 예쁘시다고 들었어요ㅋㅋ"라고. 댓글 내용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그 와중에 '어딜가나 동생 예쁘다는 소리 좀 그만해줬으면……'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후 꿈인줄 알면서도 나는 이 일을 어떻게 마무리해야할지 필사적으로 고민했다. 특히 연쇄살인범인 그녀가 매우 엽기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싸이코패스였고, 펜언니와 동문이라면 똑똑하고 전문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가 사실이 확인되므로 두려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예기치않게 연쇄살인범과 마주한 나는 계속 파도가 몰아치는 제주도 바다 한 가운데에서 외롭게 고민했다. 꿈이라는 것을 아는 나 자신도 열심히 그 문제를 고민했고, 결국 나는 문제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로 했다. 블로그 글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블로그를 폐쇄합니다>
전 언니인 줄은 몰랐어요. 거슬렸다면 죄송해요.
글을 올리자마자 잠에서 깨야했다. 재밌어서 좀 더 꾸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오신 엄마가 아침식사를 차리는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해봤다. 블로그를 닫는 게 연쇄살인범에 관련된 이유라면 정말 재밌겠구나, 하고. 웬만하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