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점점

정착

10화 특집

by Lia

벌써 열 번째 일기다. 적지만 그래도 십이라는 숫자에 맞춰 특집을 하려고 고민하다가 비밀을 쓰자고 다짐했다. 다음 특집은 100화일테니 부담없이 하나의 비밀 쯤이야.. 괜찮지 않을까?


나는 우리집의 이사 역사를 언제나 자랑처럼 말하고 다녔다. 초등학교는 네 군데를 다녔고, 마지막 6학년은 1학기 초에 전학, 2학기 때 전학가서 각각 6개월씩 다니고 졸업했다. 도합 열 다섯 번 쯤 될까.. 그러니 무용담처럼 늘어놓을 만 하지 않나? 나는 어릴 때부터 조용한 성격이긴 해도 적응력은 좋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점도 있고, 이사를 다니면서 여러 동네를 경험한 것도 좋았다. 같은 서울 안이라도 동네마다 색이 다르고 향이 달라 그런 것을 느껴보고 안다는 게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사가 정말 싫었다. 정 들 만 하면 이사가는 게 반복되다보니 나중엔 친구를 사귀어도 내가 떠나게 될 거라는 마음에 즐겁지만은 않았다. 단짝이 되어버리면 내가 떠났을 때 그 아이가 혼자 남겨져 외로울까봐 걱정이 됐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어도, 어쨌든 이사는 갈 수 밖에 없는 일이고, 나는 그런 것들을 마음에 담아두기만 했다. 누구에게도 말을 꺼내본 적이 없으니 이사가 싫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도 모르지만 자기자신조차 마음을 몰라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비밀이라도 말을 해야 비밀인 거다. 비밀이라고 정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면 비밀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고 지나가버리는 수많은 사실 중에 하나가 될 뿐.


이사를 자주 다니다보니 여행이 싫어진 모양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이사를 가고 싶다. 이 말도 그리 기꺼운 마음은 아니다. 지금의 나는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비록 우리 가족은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해도, 나는 내 마음에 볕이 잘 들고 바람도 선선한 터에 자리를 잡고 싶다. 그렇게 자리잡은 후엔 여행을 좋아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다 쓰고 나니 좀 시시한 비밀이긴 하지만, 나조차 모를 만큼 타인에게 말해본 일이 없는 엄연한 비밀이다. 나는 비밀이 거의 없다. 그래서 어쩌면 더 비밀이 많은 것일지도 모른다.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