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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a Jul 01. 2015

취향의 세계에 살고 싶다

주변 사람들의 글 읽는 것을 좋아해서, 몇 번이나 지웠다가도 다시 까는 SNS앱들. 그들에게 어떤 새로운 뉴스가 있는지는 관심이 없다. 얼마나 잘 나가는지도 관심없다.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도! 다만 나는 취향이 궁금하다. 여러가지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있는 글보다 취향이 담긴 글이 훨씬 반갑다. 취향이 있는 사람은 뛰어난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 매력적이다. 또, 깊은 사고를 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사람보다 취향이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그것도 존중하는 사람이 더 친절하다.


요즘은 취향을 알기가 너무 힘들다. 하다못해 음식사진을 올리면서 그게 왜 좋은지, 어떤 점이 맛있는지라도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나는 언젠가 민트초코를 먹어볼지도 모른다. 그들의 취향을 알기 위해선, 그들이 누르는 ‘좋아요’를 보는 수 밖에 없다. 아는 남자 하나는 요즘 연애를 시작했는지 온갖 ‘좋은 연애’와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격언을 좋아해서 내가 미칠 지경이다.


이러다간 나 자신의 취향을 밝히기 위해 다른 사람의 취향을 이용하는 수 밖에 없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수 밖에. 그래서 내 취향의 무언가를 생산해야겠다고 다짐했고, 조금씩 글과 그림에 애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순간을 기록하기 위한 사진이 아니라 내 취향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조명도 맞추고, 물건도 옮겨놓아가며 찍은. 나는 백퍼센트 내 취향도 아닌 다른 사람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게 지겨워진 것이다. 누군가의 옷 사진, 누군가의 음악리스트, 누군가의 책, 영화 등등등. 


누구나 자신의 취향을 담을 수 있는 무언가를 생산하는 일을 한다면 좋겠다. 그것이 글이든 그림이든 그 무엇이든. 다만 그 취향 속에는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과, 대상이 얼마나 사랑받을만한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의 취향 역시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배려도.


사람이 친구를 만드는 데에 있어 그들의 생각이나 의견, 신념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단지 나는 그녀의 스타일과 그녀가 구사하는 유머, 그녀가 좋아하는 일련의 행동양식이 마음에 들어서 만나고 싶을 뿐이다. 아, 그리하여 나는 즉 취향의 세계에 살고 싶은 것이다. 누구도 자신의 취향 앞에서는 정의를 내세우지 않고, 타인의 취향 앞에 기꺼이 무릎을 꿇은 그런 세계. 너무나 개인적으로만 소중해서, 이게 꺼내보일만 한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꺼내 놓은 아름다운 것들을 구경하고 싶은 것이다. 생각만해도 정말 내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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