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독서와는 거리가 좀 있던 내가 가장 책읽기에 열을 올렸을 때는 고등학교를 그만 둔 여름. 아직도 기억한다. 한여름 오후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선풍기 바람 쐬며 읽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나중에 스트릭랜드의 그림이 나올 땐 깜짝 놀라 자세를 바르게 하고 정독했다. 그 땐 책이 잘 읽혀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있던 책들을 많이 봤다.
그래도 살면서 가장 인상적인 책을 고르라면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무렵에 엄마가 빌려다 주었던 동화책이다. 내가 알기로 아직도 나오는 시리즈인 <책읽기가 좋아> 저학년용인데 이 시리즈는 대부분 번역서들이다. 그래서 주로 미국 아이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었다. 그 중에 <놀기 과외>라는 책이었다. 너무 공부만 하는 아이가 놀기 과외를 받는 내용이었는데 당시 나에게 엄청 신선하고 재밌었다.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하고.
책과의 인연은 사람과의 인연만큼 중요한 것 같다. 놀기 과외를 봤기에 나는 노는 것으로 돈을 벌 생각을 어릴 때부터 했던 게 아닐까.. 나이가 들면서 책 읽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마치 새 친구를 사귀기가 힘든 것과 비슷해, 마음도 쉽게 열리지 않고 다른 세계관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워진다.
이제 나는 친구는 많이 사귈 수 없지만 책은 많이 사귈 수 있을 것 같다. 어디에서 보니 스트레스가 가장 많이 풀리는 취미가 독서라고 했다. 아무생각이 없어야 책의 문장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그렇게 내 일상에서 잠시 떠나 아주 먼 곳까지 가는 게 독서니까 그럴 만 하다. 잠들기 전 책을 좀 읽으니 기분이 썩 좋은 잠자리였다. 내 생각은 접어두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일. 독서는 그래서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취미다.
출판시장이 살아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좋은 책이 미케팅과 관계없이 잘 팔리고 좋은 작가는 글을 쓰며 먹고 살 수 있게 되기를.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문화가 좀 더 깊이있고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로 발전하기를.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