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꿈 없이 자고 있었다. 엄마가 다급하게 부르기에 달려갔더니 첫째 고양이가 피를 토하고 있었다.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고 기대해도 그럴 수 없을 거라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본 건 처음이었다. 숨 쉬어? 아니, 이제 안 쉬어. 그냥 그렇게 찐아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콱 박힌 것 같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찐아로 인해 행복했던만큼 슬프진 않았다. 그만큼 슬퍼하려면 앞으로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찐아와의 행복했던 순간들보다는 훨씬 짧게 슬플 것이다. 그래야 한다. 세월이 흘러도 찐아와의 그 시간을 다 갚을 방법은 없을 테니까.
가마 속으로 들어가는 찐아를 보면서 제일 많이 울었다. 생명이 끊어져도 그 보드라운 털과 메마른 등, 말랑말랑한 젤리 손바닥 같은 것들은 없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나 보다. 그 모든 찐아의 아름다움이 없어지는 게 슬펐다. 세상의 아름다움 하나가 뚝 사라져버리면 너무 슬프다. 찐아는 너무 아름다웠다. 에메랄드 빛 눈동자와 갓 옹알이를 하는 듯한 귀여운 목소리. 걸음걸이도 얼마나 예뻤는지. 풀을 뜯어먹는 입도 아름답고 이름을 부르면 어딘가는 반응하는 그 착한 마음씨도. 정말 아름다웠구나. 나는 너를 보며 아름다움을 배웠던 것 같다.
찐아. 내가 중2병에 걸렸을 무렵이었다. 네가 우리집에 와서 얼마나, 얼마나, 정말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르지. 사람들이 고양이를 돌보지만 실은 고양이가 사람을 돌보는 게 아닐까. 동물에겐 그만큼의 사랑과 아량이 있으니까. 우리집 분위기가 살얼음판처럼 차가울 때 찐아 너의 아웅, 소리 한 번이면 그 모든 것이 다시 풀리곤 했었다.
입맛이 까다롭고, 성격도 자유분방한, 찐아는 아주 특별한 고양이였다. 귀찮게 할 때도 있어 이따금 엄마가 혼을 냈었지만, 그래도 절대 굴하지 않는 찐아는 나에게 든든한 남동생이 되었다. 그보다 더 큰 존재였어. 방안에 혼자 울고 있으면 와서 아웅, 하곤 애교를 피우는 너에게 나는 어린 시절부터 많이 의지했었지. 고마웠어.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찐아 아름다운 무지개다리 넘어로 잘 가고 있니? 나를 이렇게나 잘 키워줘서 고마워. 너는 나의 영원한 아기고양이 고찐찐이야.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구나. 잘 가. 사랑하고 많이 아낀다. 누나 더 좋은 사람이 될게. 더 따뜻한 사람. 너처럼 더 자유롭고 아름다워지고 싶구나. 그럴 수만 있다면.
점점.
전날 아침의 찐아. 내가 혼자 찐아를 보는 동안 찐아는 나를 돌봐주었다. 그 시간과 기회가. 정말 정말 귀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