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나는 이 브런치 방문자수와 유입경로를 자주 확인하는 편이다. <점점>을 연재한 이후로 검색을 통한 방문자수가 하루에 둘셋 정도 있었는데, 최근들어 1) 같은 검색어가 반복되고 2) 글 제목이나 글에 등장하는 특정한 단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게다가 이제 이 일기를 본 사람이 하루에 백명이 넘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염탐에 대해 쓰고 싶어졌다.
일면식이 없는 사람도 내 일기를 읽을 수 있으니 당연히 나를 아는 사람이 읽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옛 애인의 글을 염탐하기를 오랫동안 취미처럼 갖고 있었다. 옛 애인의 글을 읽는다는 건 참 기분이 이상하다. 그가 나를 떠난 후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낯선데, 사귈 때 그 모습과 비슷하게 혹은 조금 다르게 존재하는 것은 더욱 낯선 것이다. 이상하지, 생각해보면 낯설 일이 전혀 아닌데도 그렇다.
이제는 지인을 통해 흘러오는 소식 외에 내가 찾아보진 않는다. 스스로의 저열한 모습에 지쳤었던건지 아니면 단순히 내 삶에 충실해졌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오늘 난 사업자등록신청을 했는데, 집에서 클릭 몇 번으로 가능했다. 몇 주 동안 신중히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았던 것에 비해 정작 신청 과정은 정말 편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누워서 버튼 몇 개를 클릭하는 것으로 나는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생략해버렸는지. 나는 옛 애인의 글을 읽으면서 그를 마치 내 머릿 속에만 존재하는 상상의 인물처럼 계속 바꾸었던 것 같다. 낯설면 낯설수록 그랬다. 사실은 그 낯선 감정 속에 어떤 진실이 담겨있었을텐데 말이다.
SNS가 이렇게 성장해버린 이상 우리는 이제 염탐의 대상이 되고 염탐을 하는 존재가 되어버렸구나. 나는 갑자기 이 모든 염탐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무언가 할 말이 있을 때 그걸 할 수 없게 만드는 수많은 우리들 사이의 투명한 유리창을 다 깨버리고 싶었다. 사람들은 이제 허공에다가 사랑을 고백해야 할 만큼 용기를 잃어버린 것 같다. 결국엔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리고 나 역시 허공에다가 말한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
내 남자친구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숨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어디에서도 누구에게서도 숨지 않는다. 어느 가면으로도 얼굴을 가리지 않고, 어떤 벽 뒤에도 몸을 숨기지 않는다. 그와 오래 사귀면서 많이 닮아가고 있다. 이렇게 점점 더 내 앞에 만들어져있는 수많은 가림막들을 다 치우고 싶다. 답답하구나.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