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많은 것이 삶의 질을 결정하지만 그 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공과 사의 구분인 것 같다. 공과 사의 구분은 매우 명확하고 냉정하게 구분되어야만 한다. 인생을 그렇게 팍팍하게 살면 욕먹는 듯한 시대지만 말이다. 물론 내가 고학력자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면 달랐을지도 모른다. 내 능력과 학력은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주변의 뛰어난 사람들은 공과 사가 명확히 구분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보니까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으니, 다들 공평하게 그렇지 못한 건가 싶다. 하긴 심지어 나도 한창 돈을 벌어야겠다는 일념이 강했을 땐, 공이고 사고 무조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돈이나 벌겠다는 마음이 있기도 했다. 굉장한 헝그리 정신이었다.
공과 사를 자연스럽게 섞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말 복지가 뛰어난 기업은 워킹맘 직원이 아이를 회사로 데리고 와서 함께 있을 수 있는 곳도 있다. 또 어떤 프리랜서는 여행을 다니면서 일하고 돈도 벌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한들 그들에게도 사생활은 명백히 존재하고 그 사생활은 존중받아야한다. 왜냐하면 나=사적인 나이기 때문이다. 공적인 나는 어느 순간 대체가능한 존재가 되어버리기도 하니까. 그리고 특히 나라는 인간은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소중하고 중대한 사람이다.
며칠 전에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요즘 나는 서점을 준비하는 중이고, 여러가지 일을 진행중이다. 그런데 남자친구와 만났을 때 나는 서점에 대한 건 까맣게 잊어버렸다. 생각해보니 회사를 다닐 때도 그랬다. 게다가 데이트를 할 때 가끔은 우리가 연인이라는 것도 잊어버릴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 연애는 학생 때 그것도 CC가 주를 이뤘다보니 공과 사가 뒤죽박죽이었던데다가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었는데, 데이트를 하면서 내 직업이나 사회적 위치를 완전히 잊어버린다는 건 정말 신기한 기분이었다. 바로 그 시간, 매우 사적인 시간의 내가 가장 나 다웠다. 누군가 나에게 인생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내 인생"이라는 말에 반드시 그런 사적인 시간만을 전제할 것이었다.
제니퍼 로렌스가 다른 누구보다 자기 자신과 가장 친해야한다와 비슷한 말을 했던 걸로 안다. 정확한 말이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와중에, 나에게 알맞은 삶의 형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살아갈 순 없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언젠가 남자친구가 말해준 명언이 떠올랐다. (군대에서) 아무리 착한 선임도 없는 듯한 선임만 못하다. 만일 내가 누군가에게 공적으로 계급이 높은 자리에 놓이게 된다면 항상 이 말을 염두에 두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예를 들어 엄마가 된다면 나는 자식과 너무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을 작정이다.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