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따뜻한 물병을 들고 헌책 서너권을 팔에 끼고 출근한다. 손에 든 것을 전부 내려놓고 잠겨있던 문을 연다. 어깨로 문을 밀고 들어가면 우리 서점이다. 일단 한 손가락 꺼내어 조명을 켠다. 따뜻하고 환한 불이 켜진다. 밖이 어두워보일만큼 밝다. 밤 사이 고요가 내려앉아 어색한 서점안을 휘휘 걸어다니면서 오픈을 준비한다.
공기청정기를 켜고 헌책매대를 바깥에 꺼내놓는다. 어떤 책이 아직도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있나 살펴본다. 그 중에는 재미가 없어서 싼 값에 내 놓은 소설이 있고, 어려워서 읽다 만 새 책도 있다. 나는 책을 정돈하여 나름대로 예쁘게 두고, 입구 옆에 오픈 시간을 다시 적는다. 안쪽이 어떻게 보이는지 가만히 한 번 본다. 들어가고싶은 마음이 드는지, 친근한지, 새로운지.
얼른 들어가서 컴퓨터와 계산기를 켜고 음악을 고른다. 여러 앨범 중에 몇 개를 꺼내서 재킷을 보고 오늘 내 기분이 어떤지 곰곰이 생각한다. 어쨌든 음악 고르는 건 한 번에 성공하기 어렵다. 외투를 벗어서 안쪽에 걸어둔다. 슬리퍼로 갈아신고 앞치마를 입는다. 서가 안쪽에 숨겨진 거울 잎에 가서 얼굴이 어떤지 확인하고 정돈한다.
이제부터 서가를 쭉 돌면서 오늘은 어떤 책을 팔까 고른다. 마음처럼 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뜻 손이 가는 책이 있다. 그 책들을 골라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꺼내둔다. 익숙하지 않은 책이 보이면 꺼내서 좀 읽어보고 눈에 익을 때까지 살펴본다. 금방 시간이 간다.
서점을 여는 아침과 닫는 저녁. 그 잠깐의 순간이 좋다. 매일 반복되는 아무 것도 아닌 순간.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