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점점

청소

31화

by Lia


생일 당일, 조촐하게 우리 서점에 가족과 남자친구와 둘러 앉아 케이크 위에 꽂혀있는 스물 일곱 개의 초를 바라봤다.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럽던지, 나는 저 아름다운 촛불처럼 내 마음에 작은 불꽃 하나씩 세워가고 있을까. 하나씩 하나씩. 나는 나이가 얼마나 들든지 촛불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꽂아서 생일축하노래 부를거다.


한 해가 또 흘렀다.


촛불을 바라보고 있는 짧은 순간, 왠지 안부인사가 들려왔다. 잘 지내고 있느냐고. 스물 일곱 해 사는 동안 잘 지냈느냐고. 노크소리같은 그 질문에 이틀 정도 곰곰이 대답할 말을 고민했다.


사실 좋다, 아니다 하고 간단하게 대답할 문제는 아니다. 그런 대답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 어땠다고 할까. 스무 살 무렵엔 좋았다고, 열여섯 즈음엔 별로였지, 이렇게 할까. 아니면 전반적으로 좋았고 특별히 안 좋을 때가 두 번 정도 있었다고 할까. 아니면 언제나 좋았다고, 지나보니 소중한 추억이라고 미화를 시켜볼까. 그렇게 마음 속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그건 기억을 더듬는 것도, 반성이나 성찰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청소를 하는 것 같았다. 마음의 창문들 다 활짝 열고 하얗게 쌓인 먼지 털어내고. 구석구석 버릴만 한 것들 싹 걷어서는 무엇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시원하게 버린 다음에, 볕이 잘 들어 소독도 좀 되게끔. 그리곤 약간 허전한 듯 보이는 마음을 둘러보며 이제야 좀 여백이 생겼네, 만족스러운. 그런 새해 첫 주였다.


예전에 이런 글귀를 봤다. 어른은 How are you 라는 질문에 좋지 않으면서도 좋다고 대답하는 사람이다. 그 때 읽고 나서, 어른이란 고달프게 살다가 누군가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지는 사람인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럴수도 있겠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안부인사로 인해, 나는 기분이 썩 좋아졌다.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