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점점

선물

32화

by Lia

선물이라는 건 참 이상하다. 살면서 진정한 의미의 선물을 받아보는 경험이 몇 번이나 될까? 원래 선물이란 무엇의 보상도 아니고, 무엇의 약속도 아니다. 선물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서 아무것도 받은 적 없으면서 주는 것이다. 이건 진정한 사랑만큼이나 찾아보기 힘들다. 사랑처럼 선물은 주기도 받기도 어렵다.


생각해보면 난 참 속 편하게 선물을 해왔다. 누군가를 생각하면 대체로 딱 떠오르는 게 있어서, 선물을 고르느라 오랜 시간을 보내본 적이 별로 없는 것이다. 게다가 선물이란 게 줄 기회가 생각보다 적어서, 순발력을 발휘하여 금새 골라 사줄 때도 많았다. 어쩌면 그냥 이걸로 퉁치자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끄럽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선물할 것을 고르라고 하면 정말 어렵다. 어릴 때부터 물욕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갖고 싶은 게 생기면 보통 두 가지 중에 고르지 않나. 그럼 결국 난 둘 다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혹은 둘 다 예쁘지 않다거나. 반복하다보니 애초에 갖고 싶은 게 생겨도 별로 신경쓰지 못하는 편이다. 남자친구가 무엇을 사주려고 해도 난 늘 사주지 마, 괜찮아, 필요 없어 하고 말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스물 일곱번째 생일이 되어서야 나는 선물이 얼마나 숭고한 것인가를 깨닫는다.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시간 그 자체가 선물인 셈이다. 나를 생각해서 해 주는 말들, 연락들, 찾아오는 발걸음들, 사소한 것들, 그런 것들이 다 선물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필요한 게 없었지만, 선물같은 그 마음들은 언제나 필요했었다. 가질 수 없는 마음들은 언제나 갖고 싶었다.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