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어릴 때부터 변덕이 심했던 나. (생각해보니 어릴 땐 누구나 변덕이 심하지 않나?) 스스로 변덕이 심하다는 것에 환멸을 느끼곤했다. 분명 이게 좋았었는데, 이젠 이걸 싫어하게 되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나 자신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혼자 배신감을 느끼며 혼자 나무랐다. 그래서 내 꿈은 한결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마음이 한결 같으려면 얼마나 어려운가? 누가 돌을 던져도 곧잘 고요해지는 호수같은 마음을 갖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억지로 마음을 바꾸는 것보다도 힘들다. 일단 내가 선택한 첫 걸음은 무언가를 함부로, 섣불리 표현하지 않는 것이었다. 모든 것에 이렇게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다보면 변덕이라고 할 만 한 것은 일단 줄어드니까. 처음엔 좋은 것을 좋다고 하지 못하는 답답함에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혼자만의 비밀이 생긴 것처럼 짜릿했다. 시간이 흘러 내 변덕스런 마음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쉴 때도 있었다. 다른 사람의 표현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겸손해졌다. 그리고 표현하지 읺은 채로 시간이 지나면 내가 좋아했었던 것들을 잊어버린다는 사실에 가슴 사무치는 그리움도 맛 볼 수 있었다.
오랫동안 좋고 싫음에 분명치 않는 인생을 살다보니 내 마음은 고요해졌다. 누가 돌을 던져도 쉽게 요동치지 않았다. 그런데 요 며칠동안 들어온 책 추천 서비스 신청자들에게 보낼 책을 고르느라 머리털이 빠지도록 생각을 하다보니, 잠자던 내 마음의 변덕이 재발한 것 같았다. 이 책이 좋다, 고 결정한 후에 드는 수많은 변덕스런 고민들. 수십번 다시 생각하면서도 결정하지 못하는 마음. 신기하게도 책은 꼭 사람 같아서, 생각할 때마다 달리 보이고 시각에 따라 변한다. 그래서 쉽게 마음이 정해지지 않는 모양이다. 한 권의 책도, 읽는 내내 마음이 바뀌니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아무리 고민해도 나는 나의 눈으로밖에 세상을 볼 수 없다. 단지 내 눈이 좀 더 고요하고 아득했으면 좋겠다. 한 권의 책이 나에게 와서 어떤 파장을 일으킬 때, 책 그대로의 파장으로 나에게 와 닿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아마도 한 결일 테지.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