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도쿄에서 후지산을 바라보며 몇 시간을 달려왔다. 날씨가 어찌나 맑은지 가이드 아저씨도 후지산을 이렇게 잘 보기는 몇 년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 때문인지, 후지산은 정말 일본 느낌이 물씬 나는 산이었다. 하얗고 오묘한 모양의 정상과 근처를 둘러싼 굵은 구름들, 포토샵이라도 한 것처럼 파아란 하늘배경. 그랬다.
몇 개의 신사와 몇 군데의 관광지. 그런 것으로 한 도시가 정의될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그 곳의 사람들을 많이 보고 그 속에 섞여보고 싶다. 유럽처럼 완전한 관광지라면 여행객으로서 충실하게 지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현지인들과 눈이라도 맞춰보는 것. 일본어를 아주 잘하는 것은 아니니까 이러쿵저러쿵 손짓과 발짓을 섞어 물건을 사고 길을 묻고 하는 것이, 여행의 재미다. 나에겐 너무 신기하고 신선한 일본의 어느 동네지만, 그들에겐 일터이자 일상일 곳. 선물같은 관광객이 되고 싶어.
가케가와 현의 작은 골목은 일요일 오후 여섯시에 해가 지고,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가로등 불빛과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아니라면 캄캄한 시골. 이따금 보이는 불빛을 좇아가면 입구부터 독특하고 어여쁜 맥주집이거나 술을 파는 음식점. 거리는 텅 비었는데 가게 안엔 사람들이 오손도손 식사를 하거나 수다를 떨고 있다. 보기만해도 따뜻한 기운이 불어오는 것 같다.
악기를 파는 가게랑 예쁜 미용실.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사 사무실. 밝은 유리창 안의 학원. 그 가운데 서점도 있었다. 잡지와 만화책, 그림책이 있는 서점이었다. 지긋한 나이의 주인아저씨가 앞치마를 입고 신문을 읽으시는 모습이 정겨웠다. 여기는 서점이 꽤 많구나. 그리고 내가 있는 동안 손님이 늘 있었다. 신기하게도.
여기는 중국인 관광객은 찾기 힘들다. 도쿄에서 매우 멀기도 하고,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는 아니니까. 한적한 시골마을이라 여행객이 드물고, 호텔 유숙객들도 일본인이 많다. 내가 머물고있는 가케가와 도미 인이라는 호텔은 옥상에 노천탕이 딸린 온천이 있는데 작지만 알차고 피로 풀기도 아주 좋다. 깨끗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가만가만 펜언니와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온천.
동네는 13층에서 봐도 까마득히 낮다. 집들은 전부 한두개층. 까만 지붕이 주욱 늘어선 길. 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다. 불빛이 드문드문. 고즈넉한 일본의 한 마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모두.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