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쓰지 않고 기다린다. 여기에 어차피 일주일에 두 번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글감이 후다닥 날아가버린다. 글감이란 소재가 아니라 기분에 가까운 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고 싶은 기분, 그것이 바로 글감이다.
도쿄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처음 느낀 것은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목이 콱 졸리는 것처럼 탁한 공기였다. 도쿄는 서울보다 공기가 맑다. 마지막 날 머물렀던 가케가와 현은 차도 많지 않아 밤하늘이 깨끗했으니 말이다. 공기가 탁하니까 그제야 고향에 온 것 같았다. 이 익숙함이,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나무라는 듯이 나를 둘러쌌다.
회색빛 하늘과 심한 교통체증. 그 모든 답답함 속에서도 나는 굳이 서울을 좋아했다. 서울의 야경, 도시의 소음공해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아득한 침묵,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나의 게으름, 그런 것들을 좋아했다. 자우림의 노래가, 드라마 <연애시대>에 나온 오윤아의 얼굴이 못 견디게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의 의미가 희미해졌다. 어딜 가도 나는 나요, 서울은 내가 필요하지 않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내 방에서 자는 고양이, 남자친구가 준 편지와 선물들, 여기저기서 산 추억이 담긴 수첩들, 펜언니가 선물해 준 새 지갑, 엄마와 아빠의 다정한 말소리 같은 것들이다. 그런 것들만 있다면 세상 어디여도 아무 상관이 없을 테다. 다 똑같을 거야.
이 세상이 아니어도.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내 마음에 모조리 다 담을 수만 있다면.
점점.
p.s. 제목은 얼마 전 여기 유입 키워드였다. 한 달 뒤에 죽는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는 못했다. 힘이 많이 필요한 일이니까. 어쨌든 그리 슬프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