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점점

고양이 화장실 청소부

42화

by Lia

나는 집에서 고양이 화장실 청소부다.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한 1년 정도 꾸준히 혼자 치웠다. 고양이화장실을 치우는 건 내가 지난 1년 동안 거의 매일 한 유일한 일이다(개인적인 일을 제외하고). 우리집엔 고양이가 세마리라 대형화장실이 두 개이고, 지금 막내를 들인 후에는 왜인지 응아와 쉬의 양이 기존의 두 배가 되었다. 비록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는 일이라도 매일 하면 매번 느낌이 다르다.


내가 담당이 된 것은 펜언니와 그 일을 피차 미루고 게으르게 하다가 하는 수 없이 밥 당번과 화장실 당번을 나누게 되면서인데, 그러자 이상하게도 정말 귀찮았던 화장실 치우기가 아주 익숙한 일과가 되었다. 고양이 화장실은 거실 베란다 구석에 있어서, 고양이의 입장으로 치면 거의 실외에 화장실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냄새가 나니까 창을 열어놓을 때가 많아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아주 춥다. 모든 계절의 밤을 나는 느끼는 셈이다.


어떤 날이든 밤 11시 정도가 되면 신기하게도 문득 고양이들 응가 치워줘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내가 슬프든 행복하든 아프든 졸리든 베란다로 나간다. 한동안은 으따 춥다ㅡ하면서 나갔고, 얼마 전엔 쓱 나갔는데 찬 공기가 아니라 시원한 느낌이 들어 깜짝 놀라기도 했다. 밤에 창가 곁에서 바깥 공기를 쐬면 꼭 낯선 기분이 든다. 마치 어딘가로 여행 와 있는 기분. 이상하지. 집에 있기 때문에 매일 하는 일과인데. 어떤 공기는 더 있고 싶을 정도로 청량하고 시원하다. 습기가 느껴질 땐 비가 오려나보다 하고. 어떤 날엔 밖에서 도란도란 얘기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달빛이 밝아 무슨 일이 있나 내다보기도 해보고.


매일 하면 정말 하찮고 작은 일이라도 위대해지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매일 매일이 모여 인생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