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점점

아무도 모를거야 자기가 누군지

43화

by Lia

책 추천하는 일을 하다보니 추천 받은 책이 어땠는지 궁금해서 잠이 안 올 때가 있다. 책은 받은 손님은 대체로 책이 어땠는지 리뷰를 보내주시는데, 가끔 이렇게 시작한다. "나라면 고르지 않았을 것 같은 책이에요."


참 이상하다. 나는 이미 읽은 책이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면서 보내기 때문이다. 분명 손님이 원하는 책은 이 책인데, 아직 안 읽었으려나, 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추천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다. 첫인상부터 마음에 홀딱 들었다는 분도 있지만 다 읽은 후에 기나긴 리뷰를 통해 좋았다고 평가해주시는 분도 있고. 우리 북마스터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십사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너그럽게 봐주시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정말 재밌게 잘 읽었고, 필요한 책이었던 것 같다는 말에는 기운이 나기도 한다.


스스로 고르지 않았을 것 같은 책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아마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이 좋아할만한 책이 어떤 책인지 잘 모르니까. 책이라는 것은 꼭 사람과 비슷해서, 어떨 땐 첫인상과 꼭 맞고 어떨 땐 예상이 빗나갈 때도 있다. 끝까지 읽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사람은 자주, 많이 만날수록 보는 눈이 길러지지만 책은 그럴 기회가 적은 것이다. 게다가 책에는 약간의 허영이 들어있어, 스스로를 속이고 원하는 것과는 다른 책을 사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한다. 나는 서점에 오는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모습처럼 보일 때가 많았다. 나쁜 거짓말은 아니다.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는 거짓말이니까.


처음엔 '나라면 고르지 않았을 것 같아요'라는 말이 신경쓰이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입장을 바꿔 누군가 나에게 책을 보내준다고 하면, 어떤 책을 받든 그건 내가 고르지 않은 수많은 책들 중에 하나였을테니까. 나는 손님들에게 책과 인연을 맺게 해주고 싶다. 본인이라면 고르지 않았을, 하지만 운명처럼 우연히 읽게 된 책이니까. 좋은 타이밍에, 좋은 책으로.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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